성매매에는 인콜(In-call)방식과 아웃콜(Out-call)방식이 있다. 인콜 방식이란 가정집 등으로 위장한 성매매 업소에 손님이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고 아웃콜 방식은 손님이 위치한 모텔 등에서 연락하면 성매매 여성이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다. 성매매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인콜 방식으로 성매매가 이루어지며 아웃콜 방식은 주로 일본에서 이루어진다. 일본은 성매매를 통한 직접적인 성행위는 금지하지만 유사성행위는 허용해 성매매가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아웃콜 방식의 성매매. 사진제공=부산지방경찰청
이번에 공개된 매뉴얼은 일본의 아웃콜 방식에 관한 매뉴얼이다. 원정 성매매 여성들은 일본으로 입국하기 전 기본 경비를 내야 한다. 매뉴얼에 따르면 일본으로 가는 항공료 5만 엔, 숙소비 4만 엔, 촬영비 5만 엔, 휴대폰비 5만 5000엔, 공항 픽업비 8000엔, 식대비 4만 엔(선택사항) 등 총 24만 3000엔을 미리 내야 한다. 한화로 약 250만 원이다. 촬영비란 성매매 업소 광고에 올라갈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는 제작비로 모두 자비 부담이다. 이렇게 찍힌 사진과 동영상은 홈페이지와 전단지에 올라간다.
성매매 홍보용 홈페이지. 사진제공=부산지방경찰청
성매매 여성은 일본에 입국할 때 네일아트와 머리염색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또한 이들은 관광객으로 위장 입국하기 위해 입국신고서와 세관신고서를 준비하고 캐리어 가방을 가져와야 했다. 가방 안에는 상비약을 포함한 개인 생활용품과 업무에 필요한 용품인 피임약, 질세정제 등이 들어있었다. 또한 근무복으로 짧은 치마나 원피스, 하이힐과 가슴 파인 옷 등을 준비케 했다.
매뉴얼은 숙소, 호텔, 마마, 나라시 등 4가지를 성매매의 기본 베이스라고 표현했다. 숙소는 성매매 여성들이 머무르는 장소이며 호텔은 성매수자가 여성을 호출하는 곳이다. 마마는 성매매 업주를 의미하며 나라시는 성매매 여성을 해당 호텔로 이동시켜주는 운전기사다.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숙소에 있는 여성이 성매수자로부터 연락을 받으면 나라시를 부른다. 호텔에 도착하면 코스를 끊고 마마와 통화한다. 성매매가 끝나 퇴실시에도 마마와 통화해 해당 내용을 보고하고 나라시를 부른다. 여기서 코스를 끊는다는 말은 성매매를 몇 분간 할 것인지 정하는 걸 의미한다. 코스 옵션으로는 80분(2만 엔), 100분(2만 5000엔), 120분(3만 엔), 180분(4만 5000엔), 도마리(긴밤, 6만 엔) 등 총 다섯 가지 종류가 있다.
시간에 따라 성행위 횟수도 정해져있다. 우선 80분 코스를 끊으면 성행위는 1회만 할 수 있다. 100분과 120분의 코스는 2회, 180분은 3회까지 가능하다. 도마리를 끊으면 무제한으로 성행위가 가능하다. 또한 100분 이상을 끊은 손님이 특정 여성을 지명한 경우는 지명비 1000엔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성매매 여성은 이렇게 받은 돈의 40%를 업주에게 분배했다. 분배는 여성이 받은 돈을 업주에게 송금하는 방식이었으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적은 금액으로 자주 송금했다.
성매매 과정에서의 주의사항도 있었다. 눈에 띄는 부분은 ‘가방, 차키, 시계 등의 위치가 애매할 시 양해를 구하고 이동시킬 것’이라는 부분이었다. 이는 성매수자가 가방 등에 카메라를 넣고 몰래 촬영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일본에서 성매매를 하던 한국 여성들의 성행위 영상이 유출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인이 아닐 때 마마에게 전화할 것’, ‘한국말로 추임새나 욕하지 말 것’ 등을 당부했다. 동영상 촬영자가 일본인을 위장한 한국인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비상시를 대비해 ‘여권은 항상 가지고 다닐 것’, ‘마마로부터 오는 전화는 연애(성행위) 중이어도 무조건 받을 것’ 등을 주의시켰다. 개인적인 생활에도 주의사항이 있었다. ‘나라시와 개인적인 자리를 갖지 않을 것’, ‘숙소 생활 시 자기 물품 정리정돈 및 잘 챙기기’, ‘생리 등 쉬는 날 미리 마마에게 말할 것’ 등이었다.
성매매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지켜야 할 매뉴얼이 있었다. 성매매 여성은 입장시 가벼운 키스와 함께 몸을 밀착시켜서 긴 코스를 유도해야 한다. 코스가 정해지면 해당하는 금액을 “아리가또 고자이마스”하면서 받고, 돈을 받은 후에는 알람을 맞춰놓고 일을 시작한다. 성매매 중간에는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하며 휴대전화는 무음으로 해놓고 비상상황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다. 단 통역이 필요할 때 번역기 어플리케이션 등은 사용할 수 있었다.
매뉴얼에 따르면 성행위를 하기 전 성매수자의 팔짱을 끼고 욕실로 인도한 뒤 함께 샤워를 해야 한다. 등을 닦을 때에도 가슴과 등을 밀착시키고 성매수자의 특정 부위를 닦아줘야 한다. 욕실 내에서의 수칙도 있다. ‘욕조 모서리에 앉히고 허벅지 위에 올라탈 것’, ‘허벅지 위에다가 발을 올리고 발가락 사이사이를 닦아줄 것’, ‘욕조를 손으로 잡으라고 한 뒤 ○○를 ○○○할 것’ 등이다. 이외에도 성행위시 손 위치나 시선 등에 대한 지침까지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너무 노골적이고 구체적인 지침인 터라 소개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번 사건으로 입건된 성매매 여성은 모두 34명이다. 34명의 여성 가운데 2명만 과거 성매매 경력이 있다고 밝혔으며 나머지는 무직인 상태에서 첫 성매매를 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일부 언론에서는 성매매 여성들이 사채를 갚지 못해 성매매를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입건된 34명의 성매매 여성 가운데 기존 사채 빚으로 인해 성매매를 시작한 사람은 단 1명뿐이라고 한다. 나머지 여성들은 사채가 아닌 선불금을 갚지 못한 상태였다. 선불금이란 업주가 예상되는 수익을 미리 성매매 여성한테 주는 것으로 이번 사건의 경우 선불금이 통상 2000만 원 정도였다. 성매매 여성이 일을 일찍 관두면 업주에게도 알선료 등의 손해가 생기는 까닭에 선불금 제도를 사용했다고 한다. 선불금은 주로 사채업자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사채라고 표현된 것이었다.
부산지방경찰청 전경.
성매매 여성들은 대부분 90일짜리 관광비자로 일본에 입국했다. 체류기간이 끝나 일본 재입국이 불가능한 여성들은 미국, 호주, 캐나다 등으로 보내지기도 했다. 이는 해외 성매매 업주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소개받는 식이었다.
경찰은 2004년 성매매 방지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해외 원정 성매매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성매매 목적으로 인신매매를 하면 3년 이상의 징역을 받는다. 또한 성매매 알선과 광고로 벌어들인 재산은 전액 몰수당한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성매매가 힘들어진 여성들이 해외로 나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해외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다 적발된 여성은 2009년 40명에서 2013년 283명으로 4년 동안 약 7배 증가했다. 이에 일본은 지난 2014년부터 만 26세 이상의 여성에게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일본대사관 측은 당시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 여성들의 원정 성매매 때문이라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