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두리, 송종국, 김병지(왼쪽부터) | ||
딕 아드보카트축구 대표팀 감독(59) 은 지난달 30일 서울 성북동 현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 주최 만찬에 앞서 “아직 확정하지 못한 최종 엔트리는 1%뿐”이라고 밝혔다.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는 순간까지도 그 ‘1%’가 누구인가에 대한 논란은 뜨거울 전망이다.
차두리(프랑크푸르트) 송종국(수원) 김병지(서울)까지 3명이 ‘1%’ 후보들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락의 경계선에 선 이들은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아드보카트 감독의 최종 선택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2002 한·일월드컵을 경험했다. 그러나 4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입지에 변화가 생겼다.
2002년 이동국(포항)을 밀어내고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차두리는 4강 영웅이라는 영광과 함께 병역 면제의 혜택을 받은 후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다. 그러나 분데스리가에서 그의 생활은 아버지 ‘차붐’만큼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차두리는 지난 6일 도르트문트와의 원정경기 중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무려 196일 만에 시즌 3호골을 터트렸다. 이날 골로 차두리는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골은 터트렸어도 전반적인 시즌 성적은 하위권에 맴돈다.
차두리 입장에선 좀 더 기회를 줬더라면 ‘훨씬 잘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차두리를 기용하는 패턴을 보면 코칭스태프는 정반대의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잘했으면 좀 더 많은 기회를 줬을 텐데’라고.
일각에서는 차두리를 수비수로 발탁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포지션 당 2명의 선수가 필요하다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엔트리 선발 원칙에 따라 오른쪽 풀백인 조원희(수원)와 경쟁할 선수가 마땅하지 않다는 게 주장의 근거다. 차두리의 수비수 기용 가능성은 지난 연말에도 제기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아드보카트 감독은 “수비수로서 차두리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었다.
대표팀에 선발된다면 역시 오른쪽 풀백 요원이 될 송종국은 부상 후유증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독일월드컵 때 한국대표팀 단장을 맡을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올 초 전지훈련 때 송종국의 대표팀 합류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었다. 당시의 몸 상태로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송종국은 독일월드컵 출전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재수술까지 미룬 채 K-리그에서 투혼을 발휘했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K-리그를 통해 송종국을 점검했다. 하지만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알 수 없다.
송종국은 “독일월드컵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300%”라는 말로 자신의 심경을 대변한 적이 있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네덜란드에 진출했던 송종국은 유럽 무대 적응에 실패한 데다 개인적인 아픔까지 겪고 결국 K-리그로 돌아왔다. 때문에 송종국에겐 독일월드컵이 그간의 마음 고생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절실한 재도약의 기회다.
송종국은 올시즌 K-리그 8경기에 출전했다. 골이나 어시스트는 없다. 소속팀 수원의 최근 부진과 함께 그의 플레이에 대한 평가 역시 최상은 아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송종국을 발탁한다면 4년 전 그를 지켜봤던 핌 베어벡 수석 코치의 조언에 따른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
서른 여섯살의 노장 골키퍼 김병지 역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최종 엔트리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K-리그 시즌 개막 초반만 해도 김병지는 독주 태세를 갖춘 이운재(수원)의 유일한 대항마로 거론되며 대표팀 복귀에 힘을 얻는 듯했다.
김병지가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된 데는 김영광(전남)이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도 영향을 줬다. 하지만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김영광의 부상은 빠르게 회복됐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난 1∼2월 해외 전지훈련을 함께 갔다온 선수들을 깊이 신뢰하고 있다는 점도 김병지의 입지를 약하게 만들고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최근에도 “최종 엔트리 확정 때 깜짝 발탁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같은 입장은 이영무 기술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독일월드컵에 출전할 태극전사 23명은 올 초 전지훈련 멤버와 유럽파가 합쳐진 선수들 중에서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
조상운 국민일보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