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아드보카트 감독이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마지막까지 몇몇 포지션을 놓고 기자들과 축구관계자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지난 2002년 월드컵의 선전으로 독일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기대 수치가 높아지면서 월드컵 4강의 영광을 재현할 23명이 누가 될 것인가에 모든 이목이 집중됐던 게 사실이다.
당연히 축구계 안팎에서 다양한 추측과 소문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었고 특히 아드보카트 감독의 1% 발언 후에는 기자들조차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장구를 쳐야 할지 혼란스러워할 정도로 갖가지 소문과 예상들이 터져 나왔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재현할 23명의 태극 전사 명단이 최종 발표되면서 숨겨졌던 비화들이 하나둘씩 공개되고 있다. 특히 아드보카트 감독이 언급한 1%와 관련된 내용과 함께 막판에 몇몇 포지션에서 엔트리가 긴박하게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를 뒷얘기로 묶어 정리해봤다.
사실 아드보카트 감독의 ‘1% 발언’은 최종 엔트리 선정 과정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정확하게 명단을 예상해야 하는 기자들의 취재 욕구를 자극하면서도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든 묘한 발언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4월 30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주최 코칭스태프 만찬에서 “최종 엔트리의 99%를 확정했고, 남은 건 1%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더 이상 ‘1%’의 의미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이 발언이 있은 후 기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1%’가 엔트리 23명 중 1명을 아직 선택하지 못했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모든 엔트리를 정해 놓고 뭔가 작은 부족함이 있다는 속내를 ‘1%’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표현한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일부에서는 경합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1% 발언이 있고 며칠 후 아드보카트 감독이 안정환(뒤스부르크)과 차두리(프랑크푸르트)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나면서 일단 감독이 1~2명의 선수를 확정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때부터 “차두리와 안정환이 엔트리 경합을 벌이는 중”이라는 얘기가 먼저 떠돌기 시작했다. 한 달여 전 “해외파도 탈락할 수 있다”고 밝힌 이영무 기술위원장의 말이 힘을 받은 것도 이 시점이다. 그러나 때마침 아드보카트 감독이 관전하는 경기에서 안정환이 분데스리가 데뷔 골을 터트리자 금세 안정환 대신 송종국의 탈락 가능성이 거론됐다.
이후 최종 엔트리 발표 날짜가 점점 다가오면서 축구계 안팎에서는 차두리와 송종국(수원)의 합류 여부에 대한 갖가지 예상 조합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차두리가 탈락하고 송종국이 합류하거나, 두 선수 모두 합류할 것이라는 예상이 50 대 50으로 흘러나왔다.
최종 발표 전날에는 이영무 기술위원장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차두리와 송종국이 모두 합류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하자 해외파가 모두 월드컵에 출전하는 게 아니냐는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다. 최종 결과는 차두리 탈락, 송종국 확정. 결과로 굳이 따진다면 아드보카트 감독이 말한 ‘남은 1%’의 희생양은 차두리였던 셈이다.
▲ 막판에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송종국(왼쪽)과 김용대. | ||
최종 엔트리를 직접 발표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엔트리 선정 배경을 매우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감독이 언제 엔트리를 최종적으로 낙점했고 이를 어느 선까지 통보했으며 또한 낙점한 선수들 중에서 엔트리 발표 직전 탈락시킨 선수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사실 관계는 여전히 궁금한 대목으로 남는 부분이다.
이 점에 있어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난 5월 초 마지막으로 안정환과 차두리를 점검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나기 직전 이영무 기술위원장과 코칭스태프에게 23명의 엔트리에 2명을 더해 25명의 명단을 내놓았다는 소문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로 아드보카트 감독이 마지막으로 유럽에 가기 직전 이 위원장과 코칭스태프에게 25명의 명단을 내놓으면서 21명을 확정하고 뒤이어 2명을 고심 끝에 결정했는데 이 23명에 골키퍼 김병지와 차두리가 포함돼 있었다는 부분이다. 원래 김병지가 포함된 21명에 차두리와 송종국을 함께 뽑고 백지훈(FC서울)과 김정우(나고야)를 제외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다 결국 차두리와 백지훈을 선택했다는 것이 소문의 주 내용.
이 소문대로라면 골키퍼 김용대(성남)는 발탁 대상이 아니었으며 송종국도 선발을 하지 않을 계획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아드보카트 감독이 남은 1%를 언급한 시점에는 그 대상이 김용대와 송종국이었다는 것일까.
송종국에 대해서는 이미 합류가 결정됐다는 예상도 적잖았다. 비록 부상이 있지만 지난 2002년 월드컵 경험도 있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합류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왔다. 아드보카트 감독과 핌 베어벡 코치가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뮌헨 글라드바흐에서 감독과 코치로 몸담을 당시 영입을 추진했을 만큼 송종국에 대해 큰 신뢰를 갖고 있다는 점도 합류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어쨌든 여러 경로로 확인을 필요로 한 소문이었지만 소문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최종 엔트리 발표 한 시간 전에 <문화일보>는 “~확인했다”는 표현까지 쓰며 ‘차두리 백지훈이 아드보카트 호에 합류한다’는 제목으로 소문의 내용을 기사화했다.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최종 엔트리 발표 다음날인 5월 12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 위원장에게 25명 명단을 내놓았다는 부분에 대해서 강력히 부인했다. 이 위원장은 “감독이 엔트리를 확인해준 일은 한 번도 없다. 그 내용은 잘못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위원장은 “기술위원회는 선수들 선발 과정에 절대 관여하지 않았다. 감독이 선수에 대해 물어 올 때면 선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기술위원회가 누구를 추천했거나 감독이 기술위원장에게 엔트리를 공개한 일은 없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이동국(포항)이 부상을 당한 이후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우성용(성남)을 추천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방송에서 우성용의 장점을 얘기한 것이지 감독에게 추천한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의 최종 명단을 결정하면서 “다른 견해들도 있겠지만 나는 우리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알고 있어 자신 있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엔트리 선발과 관련된 소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