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집안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 건 승엽이의 야구 때문이다. 야구장을 쫓아다녀야 함은 물론 야구부 선수들 식사를 챙기거나 온갖 뒤치다꺼리를 해결해야 했다.
오늘의 이승엽은 내 아내의 ‘작품’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승엽이를 위해 온몸을 아끼지 않은 뒷바라지로 인해 ‘국민타자’가 ‘아시아 홈런왕’이 됐고 지금은 ‘요미우리 자이언츠 4번 타자’인 것이다.
그런데 그 ‘어머니’는 지금 병중에 있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아들을 알아보는 것 같다가도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영 힘들어 한다.
여기서 뒷바라지론을 논하기 전에 자식을 운동 선수로 키운 부모들은 자식의 성공보다 먼저 자신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 그래야 자식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 ‘괜찮겠지’하고 그냥 지나치면 나중에 수습 못할 지경에 빠질 수도 있다.
내 몸이 건강해야 아들의 성공을 지켜볼 수 있다. 아내가 머리가 아프다고 할 때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던 게 지금도 두고두고 한이 된다.
정리=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