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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르웨이와의 평가전에서 조재진이 문전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 ||
독일월드컵 개막이 임박해오면서 이제 팬들의 관심은 한국의 본선 첫 경기 토고전에 쏠리고 있다. 한국-토고전은 오는 13일 밤 10시(한국시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다. 두 팀에겐 이제 일주일 남짓의 시간만 남아 있을 뿐이다.
굳이 한국 축구 팬이 아니더라도 두 팀의 대결에선 한국의 우세를 예상하는 의견이 더 많은 것 같다. 역대 월드컵 출전 경험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등 객관적인 자료들도 한국의 우위를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강팀과의 대결을 앞두고 되새기는 ‘공은 둥글다’는 독일 출신의 명장 요셉 헤르베르거의 명언을 토고 역시 굳게 믿고 있을 것이다.
태극호의 선장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상대가 어떤 팀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강한 전력과 정신자세로 무장돼 있느냐다.”
백 번이 아니라 천 번을 들어도 지당한 얘기다. 그렇다면 본선 첫 경기가 열흘도 남지 않은 지금 한국팀의 준비상태는 어떨까. 지난달 27일 한국을 떠나온 대표팀은 1차 베이스 캠프가 있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컨디션을 조절해 왔다. 그동안의 훈련을 바탕으로 2일 새벽엔 오슬로 원정에 나서 북유럽의 강호 노르웨이와 평가전을 가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노르웨이전은 아드보카트호의 전훈 성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못했다. 주전급 멤버 상당수가 훈련 중 당한 부상으로 빠지면서 평가전다운 경기를 하지 못했다. 부상 선수의 속출이 전지훈련지를 잘못 선택한 데 원인이 있다는 만시지탄의 비판도 있었다. 스코어는 0 대 0 무승부였지만 내용면에서는 한참이나 밀린 경기를 했다.
뜬 눈으로 TV 앞을 지킨 고국 팬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대표팀을 동행 취재중인 기자들의 평가 역시 결코 좋지 않았다. 독일월드컵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었음에도 주전들의 부상이라는 변수 때문에 의미가 축소된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아드보카트 감독 역시 화가 난 듯했다.
노르웨이전 경기 내내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비겼지만 경기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을 때도 결코 만족스런 표정이 아니었다. 대표팀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대한축구협회 이영무 기술위원장도 “제대로 된 게 없었다”는 한마디로 노르웨이전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결코 노르웨이전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2 대 0 승)이 그랬듯이 노르웨이전 역시 독일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의 하나일 뿐이다.
노르웨이전엔 정경호 안정환 설기현이 공격수로, 김두현 백지훈 김상식이 미드필더로 출장했다. 포백(4-back) 수비라인엔 이영표 김진규 최진철 송종국이 포진했고, 골문은 이운재가 지켰다. 이들 중 적어도 5명은 독일월드컵 본선 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한국이 최정예 멤버를 가동하고도 노르웨이전에서 똑같은 결과를 얻었다면 아드보카트 감독과 선수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대한민국의 축구(엄밀히 말하면 국가대표팀)에 대한 기대치는 엄청 높아졌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팬들의 75%가 아드보카트호가 독일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도 있다. 2002년 이전의 월드컵 출전사에서 한국은 단 한번도 상대를 꺾지 못한 채 14차례 경기에서 4무10패만을 기록했을 뿐이다.
월드컵 본선 티켓은 선수들의 땀과 국민들의 응원으로 따낸 값진 것이다. 이왕이면 많이 이기는 게 최고다. 대신 2002년의 감동과 환희는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홈이 아닌 밖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첫 승에 도전한다는 소박한 꿈으로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 그리고 이영표의 당부처럼 축구를 즐기는 마음으로 이번 월드컵을 지켜보자. 그래야 이겼을 때 더 기쁘고, 설령 지더라도 덜 허탈할 것이다.
영국 글래스고=조상운 국민일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