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평 씨의 집에서 바라본 봉화산의 모습. 올해 안으로 이 산자락에 노 대통령의 사저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 ||
<일요신문>의 현지 확인 결과, 부지 선정 작업도 이미 끝난 것으로 밝혀졌다. 그 부지는 봉화산 자락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상 모든 사전 작업이 끝난 채 오는 11월 본격적인 공사를 알리는 첫 삽질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내년 말까지는 모든 공사가 완료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봉화산 자락은 대통령의 생가와 가까워 경호면에서도 용이할 뿐 아니라 퇴임 후 활동 계획과도 맞아떨어진다는 점, 산 일대에 부대시설을 지을 충분한 터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곳에는 단순한 주거용 건물뿐만 아니라 환경 관련 연구소도 마련될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퇴임 후 구상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봉하마을 현지를 찾았다.
김해버스터미널에서 30여 분을 들어가면 나오는 봉하마을은 산수가 아름다운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다. 현재 마을에는 40여 가구가 살고 있는데 노 대통령의 귀향소식이 이미 주민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뉴스는 아닌 듯했다.
한 주민은 “벌써 오래 전부터 서울에서 사람들이 다녀갔고 얼마 전에도 청와대 관계자가 왔다갔다”며 “대통령 내외가 거주할 집을 짓기 위한 공사 준비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 1월과 4월에는 노 대통령 내외가 직접 마을에 들르기도 했는데, 이는 노 대통령이 퇴임 후 프로젝트에 상당히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부지선정에도 대통령의 의견이 강하게 적용됐을 것이란 얘기다.
노 대통령의 퇴임 후 거주지에 대해서는 서울 혹은 수도권 인근, 부산, 김해 등 여러 곳이 거론되어 왔던 것이 사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인 봉하마을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마을 주민들도 대부분 반기는 분위기다. 한 주민은 “대통령의 어린시절 추억이 남아있는 이유도 있겠지만, 대통령이 ‘자연인’으로 돌아와 여생을 보내기에 고향 땅보다 더 편안한 곳이 어디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봉하마을에 대통령 내외가 귀향생활을 유지할 만한 부지가 있느냐는 것. 이에 대해 주민들은 “인근에 중소기업형 공장들이 들어서기는 했지만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땅이 많아 터는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마을 관계자들이 밝히는 주거용 부지는 해발 136m의 나지막한 봉화산 자락이다. 한 관계자는 “전임 대통령의 주거지를 도로가 훤히 뚫려있는 마을 한복판에 떡하니 지을 리는 없다. 경호면에서도 그렇고 주민들의 불편함 때문이라도 그럴 것”이라고 귀띔했다.
일부 주민들은 현재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노 대통령의 친형 건평 씨의 집을 예로 들며 대통령 내외가 생활할 안채를 짓는 데는 그다지 큰 부지가 필요하지 않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봉화산 뒤쪽을 돌아 마을을 통과하는 큰 길이 뚫리고 새로운 교통편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며 “대통령의 거처는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자락 아래가 될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은 봉화산을 유독 좋아한다. 2002년 대선 때도 자신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봉화산의 정기를 믿고 자신감을 얻곤 했다고 한다. 지친 심신을 달래고 환경 관련 연구도 할 수 있는 곳으로는 아주 안성맞춤”이라고 밝혔다. 또 대통령이 최근 마을을 찾았을 때 봉화산과 그 일대를 눈여겨 둘러보고 갔다는 것도 주거용 부지로 이미 봉화산 자락이 선정됐다는 정황에 무게를 싣고 있다.
▲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 ||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가 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본체 외에도 몇 개의 독립건물과 부대시설이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다. 마을 관계자는 “구체적인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면서도 “수행원들만 해도 꽤 될 터이고 연구소도 거론되는데, 그에 비하면 부지가 넓은 편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봉하마을에 ‘노무현 식의 일해연구소’가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도 “어림도 없다. 규모를 직접 봐라. 100m 높이 마을 뒷동산에 무슨…”이라며 일축했다.
취재진이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기에도 봉화산 자락 부지는 규모가 크게 보이진 않았다. 일각에서는 “부지 확보를 위해 봉화산 뒤편 산 일부를 깎는다는 말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민들도 대부분 마을 정서를 들어 소박한 형태의 건물이 될 것으로 전했다. 주민들은 “아무리 전직 대통령의 집이라지만 시골마을에 호화건물이 어울리지도 않을뿐더러 대통령도 그럴 분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공사는 올 11월께 착수해서 내년 말 전에 완료된다는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2008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점을 감안할 때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열린우리당 부동산대책기획단 소속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퇴임 후 장기 임대주택에 살다가 나이가 더 들면 귀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항간에는 수도권 인근 임대 아파트의 작은 한 동을 대통령과 수행원들의 거주 용도로 별도로 임대하려는 계획이 제기됐으나 노 대통령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거절했다는 얘기도 있다. 또한 대통령의 소득수준을 감안할 때 임대주택에 입주할 자격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 계획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그간 공식·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생태계 복원 일을 하고 싶다” “청소년 선도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구상을 피력하며 귀향의사를 종종 드러냈다. 특히 노 대통령은 고향선배이자 1급 청소년지도사로 현재 봉화산청소년수련원을 운용하고 있는 선진규 법사의 도움을 받아 청소년 수련활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귀향 후 연구소 활동이 정치적인 의미로 변질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존재한다. 한 마을 주민은 “노 대통령의 성격상 대통령까지 지낸 분이 과연 순수한 환경 운동과 청소년 운동만 하겠느냐”며 “봉하마을이 퇴임 후 정치활동의 장으로 시끄러워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번 노 대통령의 귀향 얘기로 자연스럽게 주목받는 인물은 건평 씨다. 노 대통령 내외가 직접 봉화산을 방문할 때에도 건평 씨가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진행될 현지 공사 역시 건평 씨의 역할이 클 것으로 주민들은 보고 있다. 그런 세간의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건평 씨 내외는 기자가 현지를 방문한 14~15일 이틀 내내 집을 비웠다.
노 대통령의 귀향이 이뤄진다면 그는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임기를 마치고 귀향한 대통령이라는 신선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마을 주민들이 기대감을 나타내는 것도 이런 차원이다. 따라서 첫 귀향의 모습이 얼마만큼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있게 지켜보는 시선들이 많다.
김해=이수향 기자 ls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