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규는 고교 시절 이미 ‘간 큰 아이’로 유명했다. 안동고 1학년 때부터 경기에 출전하면 3학년 선배들에게 반말로 고함을 지를 정도로 ‘강심장’이었다. 경기에서 퇴장을 당해도 무덤덤했고 오히려 당당했다.
이런 스타일을 익히 알고 있는 대표팀 동료들은 김진규가 좀처럼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스코틀랜드에서 독일로 이동할 때도 우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자 무척 당황했다고 한다.
급기야 김진규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부상! 왜 나한테 왜 자꾸 오는 거야’라고 답답함을 호소하자 대표팀 선배들은 김진규의 마음 속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고 한다.
홍명보 코치를 비롯해 최진철, 김영철, 김상식 등 산전수전 다 겪은 고참 수비수들은 연신 김진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감을 심어 넣었고, 안동고 동기인 백지훈은 “우리 앞만 보고 달려가자. 그러면 웃음이 절로 나올 거야’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남기며 위로했다.
골키퍼 김영광도 김진규와 마주칠 때마다 “넌 최고야! 내가 인정하는 거 알지”라며 힘을 불어 넣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대표팀에서 은퇴 후 해설가로 변신한 ‘아파치’ 김태영도 열다섯 살 차이가 나는 김진규 홈페이지에 “아픔이냐, 그걸 털고 뛸 것이냐. 난 후자다. 힘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선전을 기원했다.
대표팀 선배들과 동료, 그리고 기라성 같은 대선배들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을 받았는지 김진규는 6월 9일 훈련부터 평온을 찾은 듯한 모습이었다. 훈련 도중 카메라 기자들을 위해 자신의 탄탄한 허벅지를 보여주는 여유를 과시하기도.
이윽고 김진규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독일에서 인생을 바꾸자. 실수는 실전에서는 안하면 되는 거야”라고 써놓으면서 특유의 자신감을 보였다. 대표팀 동료들의 ‘미션’은 대성공이었다.
앞으로 경기에서 김진규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지켜볼 만하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