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전처럼 토고전이 열린 프랑크푸르트 경기장 관중석에서 대형 태극기가 올라가고 있다. | ||
한국도 난리가 났다면서요? 토고전 승리로 온 국민들이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고 하는데 시청 앞 광장에 그 많은 응원단들이 모인 걸 인터넷에서 보고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붉은악마’들과 유럽의 축구팬들의 차이점이라면 우린 대표팀 경기에만 관심을 쏟지만 이곳의 축구팬들은 대표팀보다 클럽팀을 우선으로 한다는 사실이에요. 우린 대표팀의 성적에 일희일비하면서 월드컵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그 열기가 식잖아요. 반면에 유럽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클럽팀을 응원하면서 일상생활에 축구를 얹어 간다는 차이가 있죠.
그래도 프랑크푸르트 경기장에서 만난 그 수많은 붉은 물결에 감동 먹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꽹과리 소리가 토고 응원단의 북소리를 압도하면서 프랑크푸르트 스타디움 안팎을 ‘대한민국’으로 가득 채우는 열기에 가슴이 먹먹할 정도였으니까요.
▲ 독일에서 만난 개그맨 이경규, 김용만 씨와 한 컷. | ||
‘더 이상 못해먹겠다’면서 오토 피스터가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갔지만 기자들의 뜨거운 취재 공세와는 달리 정작 선수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들이었어요. 감독 부재중에도 여전히 선수들은 밤마다 숙소 밖으로 나와 맥주집이나 나이트클럽을 드나들었고 호텔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평소와 다름없는 행동들을 보여줬어요. 기자들의 시선이 오토 피스터 후임 감독으로 설만 나돈 빈프리트 쉐퍼에게 꽂혀 있을 때 토고 선수들은 오히려 그런 기자들의 반응이 흥미로운 듯 입가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물론 쉐퍼 감독의 방엔 출현이 하나의 ‘쇼’로 끝났지만 말이에요.
▲ 아데바요르 | ||
참, 프랑크푸르트 경기장에서 ‘이경규가 간다’를 진행하고 있는 이경규, 김용만 씨와 재미있는 인터뷰를 했습니다. 대본 없이 그날의 현장 상황에 따라 애드리브로 방송을 녹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두 사람의 입담에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습니다. 이경규 씨야 월드컵 방송 진행에선 베테랑이잖아요. 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다녔다고 하니 3회 연속 월드컵과 인연을 맺고 있는 셈이네요. 반면에 김용만 씨는 축구 팬이긴 해도 정보력 부재를 보여줬어요^^. 제가 방엔에 다녀왔다고 하니까 김용만 씨 왈, “방엔엔 왜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옆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이경규 씨가 방엔이 토고대표팀 훈련지라고 귀띔해주니까 “참 희한한 동네에서 훈련을 하네. 제가 잘 몰라요. 여기 인터넷이 안돼 정보를 못 얻었어요. 하하.”
김용만 씨는 이을용 선수의 ‘왕팬’이었어요. 비록 이을용 선수를 만난 적은 없지만 그가 대표팀의 키를 갖고 있다고 보더라구요. 아마도 가나전에서 마지막 골을 성공시켰던 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나 봐요. 이경규 씨는 어느 선수를 응원하고 있을까요? 그의 멘트를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조재진 선수가 이동국 선수의 대타로 나오지 않았습니까? 제 경험에 의하면 대타들이 사고 칩니다. 지켜보세요. 조재진 선수, 분명히 사고 칠 겁니다.”
대타가 사고 치든 주전들이 사고 치든 스위스전에선 아무나 사고 쳤음 하는 바람입니다. 그것도 대형 사고로 말이죠.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