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성 | ||
반면 축구는 야구나 농구에 비해 선수 및 팀의 객관적인 기록들이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기록과 관계없는 수많은 변수들이 오히려 경기 승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선수 개인의 버릇부터 플레이 스타일 등 수치화하기 힘든 데이터가 높은 가치를 갖는다.
어쨌든 기록이라는 것이 축구의 매력을 한층 높여주는 요소라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 각국의 승패를 떠나 16강전 이전까지의 각종 기록으로 이번 월드컵을 보았다.
우선 월드컵 조별 예선 개인별 공격 통계를 분석해보자. 먼저 득점 부분에서는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4골로 선두다.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머리로만 5골을 성공시킨 클로제는 홈에서 열린 이번 월드컵에서는 발로 4골을 작렬시키며 폭발적인 득점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대회 혜성처럼 등장한 스페인의 페르난도 토레스는 우크라이나 전에서 두 골을 터트리는 등 3골을 몰아쳤다. 아르헨티나 에르난 크레스포, 프랑스 티에리 앙리, 브라질 호나우두 등 총 16명이 2골로 뒤를 잇고 있다.
슈팅수에서는 잉글랜드의 미드필더 램퍼드가 단연 1위. 예선 세 경기에서 장기인 중거리 슈팅 포함, 모두 18개의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그중 8개만이 골문 쪽으로 향한 유효 슈팅이었을 뿐 득점에는 실패했다.
한국과의 경기에서 16강을 결정짓는 쐐기 골을 성공시킨 스위스의 프라이는 세 경기 동안 14개의 슈팅을 날려 두 차례 골네트를 흔들었다.
슈팅 정확도를 따진다면 독일 클로제가 으뜸. 클로제는 슈팅수에서는 13개로 전체 선수 중 3위지만 유효슈팅은 9개로 가장 많다. 전체 슈팅의 70%가 골문 안으로 향했다는 것. 이는 슈팅 12개 중 4개를 유효슈팅으로 날린 스페인의 토레스나 10개 중 5개의 슈팅이 골문 안쪽으로 향했던 브라질의 호나우두보다 높은 슈팅 정확도다.
가나의 에시엔(11개), 잉글랜드 크라우치, 멕시코 오마르 브라보,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독일 루카스 포돌스키(이상 10개)도 호쾌한 슈팅으로 상대 골키퍼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도움 경쟁 역시 불꽃을 튀긴다. 호주의 존 알로이지, 잉글랜드 베컴, 포르투갈 루이스 피구, 아르헨티나 후안 리켈메, 이탈리아 토티 등 각 팀의 찬스 메이커들이 각각 2도움씩을 기록하고 있다.
오프사이드에 걸린 횟수에서는 프랑스 티에리 앙리가 단연 압권이다. 한국과 토고 전에서 두 골을 터트리긴 했으나 마음만 앞선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진의 함정에 자주 걸렸다. 세 경기에서 무려 9개의 오프사이드 반칙을 범했다.
앙골라의 아콰, 우크라이나의 세계적 ‘득점기계’ 셰브첸코, 호주의 마크 비두카가 7개의 오프사이드를 범했고, 토고의 아데바요르와 체코의 네드베트 등 총 7명이 6개 오프사이드 반칙을 기록했다.
▲ (왼쪽부터)클로제, 피구, 판 페르시, 알렉산더 프라이 | ||
잉글랜드 조 콜, 멕시코 마르케스는 12개. 프랑스, 스위스 수비진을 헤집고 다녔던 한국의 박지성도 11개의 파울을 당했다.
상대의 깊숙한 태클을 가장 많이 당한 선수로는 파라과이의 넬손 발데스로 상대 선수들로부터 23번의 태클을 받고 필드에 나뒹굴었다.
폴란드의 스몰라레크가 22번,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가 21번의 태클을 받았다. 재빠른 공간 침투가 일품인 박지성도 15번의 태클을 받았다.
개인별 수비 기록을 보면 우선 태클 시도 수 1위는 예상외로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최전방 공격수인 드와이트 요크. 세 경기 동안 무려 21회의 태클을 시도했다. 공격수로서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을 했다는 반증.
우크라이나의 티모슈크가 19회, 스위스의 날카로운 공격을 주도했던 바르네타도 한국과의 경기에서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18개까지 태클 수를 늘렸다. 한국에서는 김남일이 12회로 가장 많은 태클을 시도했다.
파울 왕은 네덜란드의 왼쪽 공격수 판 페르시. 판 페르시는 예선 세 경기에서 13개의 파울로 상대 공격의 흐름을 미리 앞 선에서 끊었다. 미국의 오구치 오니우가 12개, 호주의 팀 케이힐, 토고의 투레 마망, 에콰도르의 안토니오 발렌시아 등이 11개의 파울을 범했다.
이들에 비하면 한국 선수들은 강하게 상대를 압박하되 불필요한 파울을 자제하려는 흔적이 엿보인다. 파울 수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김남일과 이호도 고작 6개의 파울만을 기록했다.
팀 반칙에서는 가나가 76개로 기록상 가장 거친 수비를 했으며, 앙골라(74개)와 호주(72개), 네덜란드(70개)가 뒤를 이었다.
거친 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는 파울 수에서 38개로 브라질의 35개에 이어 가장 반칙을 적게 범했다. 한국은 46개, 일본은 39개 파울을 범했다.
태클 수는 독일이 109개로 선두. 튀니지는 32개국 중 가장 많은 14개의 경고카드를 받았다. 퇴장카드는 크로아티아,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체코, 미국이 각각 2장씩을 받았다.
팀 실점에서는 예선 세 경기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스위스가 돋보인다. 아르헨티나, 프랑스, 브라질,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세계적 강호들도 상대를 단 1실점으로 묶는 강력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팀 득점 부분에서는 총 8골을 성공시킨 아르헨티나, 스페인, 브라질 등이 선두권을 형성. 팀 도움은 아르헨티나가 7개로 1위다. 팀 총 슈팅은 스페인이 62개(유효슈팅 33개)로 가장 많다.
가나는 상대의 오프사이드 트랩에 무려 21번이나 걸려들었으며, 코트디부아르는 32개국 중 가장 많은 27번의 역습 기회를 얻었다. 짧은 패스 시도는 역시 선수들의 개인기가 뛰어난 스페인과 브라질이 1446회, 1296회를 기록했으며, 한국은 945회를 시도했다.
롱패스는 미국이 328회로 가장 많았으며, 한국은 잉글랜드에 이어 네 번째로 319회의 롱패스를 시도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상대의 빈 공간을 넓게 활용하려는 긴 오픈 패스가 자주 시도됐음을 입증하는 기록하다. 크로스는 스웨덴이 107회를 시도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