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스타의집은 충청북도 충주시에 위치한 발달장애인 거주시설로 2004년에 설립됐다. 시설에는 약 40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모두 남성이다. 시설 거주인들은 무연고자가 많았으며 대부분 보육원이나 아동센터 등을 거쳐 시설에 입소했다.
서울시와 마포구청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5차례에 걸쳐 인권실태조사를 벌였다. 마리스타의집은 충주에 위치했지만 법인인 마리스타 복지재단이 마포구에 있어 마포구청이 조사를 맡았다. 이들은 이미 첫 조사를 실시한 2012년, 마리스타의집에서 성추행이 있었음을 인지했다. 마포구청 측은 당시 조사 결과 “수십 명의 지적장애 남자로 구성된 거주시설의 특성상 거주자 간의 성추행 부분이 완벽히 해소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애인들에게 정기적인 교육을 하고 감시를 철저히 할 것을 마리스타의집에 요구했다.
마리스타의집 홈페이지 캡처.
2년 뒤인 2014년 해당 시설에 대한 재조사가 이루어졌다. 재조사 결과 시설 거주인 간 성추행과 성폭행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에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성병 및 의료검진을 실시하고 심리치료를 시행시켰다. 또한 가해자로 지목된 3명에 대해서는 퇴소조치를 시설에 요구했다. 그러나 실제로 퇴소된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나머지 2명 가운데 한 명은 보호자 동의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했으며 또 다른 한 명은 무연고자여서 퇴소조치가 어렵다는 사유로 재발방지 약속을 받고 시설에 계속 거주했다.
다음해인 2015년 3월 서울시는 마리스타의집을 대상으로 심층조사에 들어갔다. 이때 확인된 성추행 및 성폭행 사건은 다양했다. 거주 장애인 박 아무개 씨는 같은 방에서 생활하는 송 아무개 씨의 성기를 수년간 수차례 만졌다. 피해자인 송 씨는 시설 종사자에게 알렸으나 시설 차원의 대처는 없었다. 또한 장애인들끼리 서로의 성기를 만지고 성행위를 하는 등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이외에도 자는 사람의 가슴과 성기를 만지거나 심지어 성폭행을 하기도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성추행을 하다 보니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등 특정 가해자를 지목하기도 어려웠다. 행정기관 측은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해당 보고를 받은 인권위는 결국 올해 3월 초 마리스타의집에 시설을 폐쇄하거나 거주인 전원을 다른 시설로 분산 수용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에서 조사한 성추행·성폭행 도표. 화살표를 받은 쪽이 피해자이며 양방향 화살표는 상호 성행위를 한 경우다. 물음표는 추가로 성추행이 있었을 가능성을 의미하며 음영처리는 사건 발생 후 시설을 퇴소한 사람이다. 사진제공=인권위
그렇다면 마리스타의집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장애인 인권 단체인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관계자는 “성욕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데 이것을 교육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장애인들 역시 타의적으로 억눌린 상황”이라며 “시설 내부에도 권력관계가 형성돼 있어 피해 사실을 말하기 힘들었고 결국 외부와 단절된 시설 내부 분위기가 이렇게 바뀐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조사가 2012년부터 이뤄져서 그렇지 실제로는 그 전부터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현재 마리스타의집은 여전히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가 할 수 있는 건 권고이고 실질적인 행정처분은 행정기관에서 한다”며 “우리는 마포구나 서울시의 결정에 따라 다음 행동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급하게 시설 거주인들을 이전시키면 또 다른 인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조만간 마리스타의집으로부터 조치 계획서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와 협의해 행정처분의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항간에 알려진 바와는 달리 현재 마리스타의집이 거주인들을 다른 시설로 옮기는 등의 분산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늦어도 5월 초까지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마리스타의집 관계자 역시 “인권위로부터 권고문을 받고 분산조치를 진행 중이며 받아주는 시설이 없는 거주자는 마포구청에 의뢰해놓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언제까지 마무리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정확히 언제까지 끝내라는 공문은 받은 적이 없다”며 “사건이 일어난 건 안타깝지만 최대한 빨리 분산조치를 하는 게 거주인들에게도 좋을 거라 생각해 우리도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분산조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시설로 가도 비슷한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며 “지속적인 감시와 교육을 하면 이는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 해결을 위해 장애인 탈시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탈시설이란 장애인들이 장애인시설에서 생활하지 않고 사회에서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서울시는 2013년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5개년 계획을 추진했다. 주요 내용은 △자립생활가정 운영 확대 △거주시설 자립생활공동체 신설 △전세주택 보증금 지원 확대 △장애인 동료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동생활가정 확대 △시설 장애인 퇴소자 정착금 단계적 증액 등이다.
서울시청 전경.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그러나 앞서의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서울시는 거주시설을 소규모화하는 게 탈시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탈시설은 주거개념뿐 아니라 경제활동, 직업, 교육, 의료 등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는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이 쉽지 않다고 생각해 위험요소를 제거하려고 하는데 그분들은 다른 부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며 “우리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을 우선순위에 놓고 있고 장애인 단체들은 이념적인 부분을 우선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차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한 “장애인 단체들의 의견도 수렴해 일을 진행하고 있으며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올해 말까지 세부적인 방안을 담은 종합계획안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