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1급 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는 홍명보 코치. 그는 축구 행정가의 꿈 대신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는 걸까. | ||
# 차기 대표팀 감독감?
독일 월드컵이 끝난 뒤 모 스포츠 신문에선 홍명보 코치가 2010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지휘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홍 코치가 ‘코치’란 타이틀을 달고 대표팀에서 생활한 지 불과 9개월 만의 일이다. 축구계 일부에선 너무 성급한 기사였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누구보다 홍 코치 자신이 놀랐다. 월드컵 이후 이런저런 인터뷰에 응하면서 미디어 서비스에 나서려 했던 그는 이후 모든 인터뷰를 거절하고 곧장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로 들어가 1급 지도자 강습을 받고 있다.
홍 코치는 코치 경력이 1년도 채 되지 않는 사람에게 벌써부터 국가대표팀 감독 운운하는 것이 너무나 부담스러웠고 행여 자신의 행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싶어 약속된 인터뷰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분간 조용히 지내는 게 상책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홍 코치의 바람과는 달리 축구계에선 홍 코치와 관련된 다양한 시나리오가 계속해서 쏟아졌다.
#코치냐 수석코치냐
가장 정확한 시나리오는 핌 베어벡 감독과 손을 잡고 대표팀 코치로 다시 일을 하는 것이다. 축구협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홍 코치의 거취가 이미 90%는 확정됐는데 그냥 코치로 가느냐 아니면 수석 코치로 앉히느냐 하는 문제만 남아있다고 전했다. 그 관계자는 “협회 고위층과 핌 베어벡 감독은 이전 대표팀 서열대로 압신 고트비 코치를 수석 코치로 앉히려 한다. 그러나 한국인 코치가 수석 코치가 돼야 팀이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진통 중인데 조만간 결정이 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홍명보 코치가 수석 코치가 되고 압신 고트비 코치가 그의 밑으로 들어간다면 과연 압신 고트비 코치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 그 관계자는 “압신 고트비는 비디오 분석관 출신이다. 그런 사람을 수석 코치로 앉힐 경우 여러 가지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그러나 베어벡 감독은 무리수를 두지 않고 서열대로 코칭스태프를 결정했으면 하는 눈치였다”라고 덧붙였다.
홍명보 코치를 지지하는 축구계 인사들은 한국의 젊은 지도자를 육성하는 차원에서 홍명보 코치가 수석 코치를 맡고 그 다음 월드컵에서 지금보다 더 큰 ‘그릇’이 될 수 있도록 협회가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축구협회의 대세는 압신 고트비 수석 코치 쪽으로 이미 기운 듯하다.
#프로팀 감독으로?
얼마 전 만난 모 프로팀 코치는 최근 구단들 사이에서 홍명보 코치가 프로팀 감독으로 내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A팀과 B팀의 이름까지 거론됐다. 두 팀 모두 팀 성적 부진에다 감독의 계약 기간이 올시즌을 끝으로 만료되는 터라 홍 코치가 프로팀 감독으로 신분 상승을 이루는 건 단순히 ‘소문’으로만 넘겨버릴 일이 아니었다.
홍 코치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프로팀 관계자들에게 문의를 한 결과 ‘그런 소문이 난 적은 있었지만 현재론 전혀 계획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홍 코치가 프로팀 감독이 되기엔 경력이 너무 짧아 소문만 나돌다 없어진 케이스라는 것. 그러나 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A팀보다는 B팀이 훨씬 설득력 있다. 그쪽에서는 홍 코치 정도의 프로필과 인지도라면 얼마든지 ‘올인’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홍 코치는 지난 14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00% 그럴 계획이 없다”고 단정하면서 “아직 대표팀 코치직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그런데 무슨 프로팀 감독이냐”며 강하게 부정했다. A팀과 B팀에서 접촉을 해온 적이 있는지를 묻자 “단 한 번도 프로팀 관계자를 만난 적이 없다. 아직 감독직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홍 코치는 대표팀 코치직과 관련해서는 “28일 지도자 이수 과정이 끝나기 전에 내 거취 문제가 결정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