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괴물’처럼 등장한 슈퍼루키 류현진. 선동열에 이어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할까, 사상 최초로 신인왕 겸 정규시즌 MVP를 품에 안을까. 그를 보는 팬들도 심장이 두근댄다. | ||
87년 3월 25일생. 만 열아홉 살의 이 신인 투수는 15일 현재 다승(12승), 방어율(2.17), 탈삼진(127개) 부문에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다승, 방어율, 탈삼진 등 투수 주요 부문 3관왕을 ‘트리플 크라운’이라 하는데 해태 시절의 선동열 이후 그 영예를 맛본 투수가 없었다. 사상 최초의 신인왕 겸 정규 시즌 MVP를 노리고 있다. 한기주(KIA) 유원상(한화) 나승현(롯데) 등 당초 기대를 모았던 올 ‘연봉 빅3 신인’들을 머쓱하게 만든 류현진. 그만큼 그를 둘러싸고 많은 얘깃거리가 나오고 있다.
# 류현진은 선동열급?
한화 김인식 감독은 시즌 초반에는 류현진에게 강온 양면작전을 썼다. 류현진이 쾌조의 연승 행진을 펼칠 때에도 “아직 멀었다. 타자 상대 요령이 여전히 서툴다”고 혹평했다. 좀처럼 칭찬이 드물었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류현진은 역대 최고의 왼손 투수가 될 수 있다”고 극찬했다. ‘국보 투수’라 칭송받았던 삼성 선동열 감독의 현역 시절만큼 큰 족적을 남길 수 있다는 평가였다.
비교 대상이 된 선동열 감독은 대체 류현진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까. 예상 외로 썰렁한 편이다. 5월까지만 해도 선 감독은 류현진에 대해 “그저 그렇다. 크게 인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타자를 압도하는 수준은 못 된다고 설명했다.
7월 들어 선 감독의 어투는 조금 변하긴 했다. “신인치고 그 정도면 훌륭한 편이긴 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약간 나아지긴 했지만 김인식 감독의 류현진에 대한 최근 평가와 선 감독의 그것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셈이다. 물론 진정한 결론은 훗날 내려지겠지만 말이다.
#초딩 시절 ‘귀신 훈련’
류현진은 신인답지 않게 마운드에서 든든한 배짱을 자랑한다. 위기 상황에 몰려도 콧방귀도 뀌지 않는 스타일이다. 대개 프로에 처음 진입한 신인들은 상대 베테랑 선수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으름장’에 주눅 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류현진에겐 안 통한다.
▲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
류재천 씨는 “타자에게 볼넷을 내줄 바에는 차라리 몸을 맞혀라”고 류현진을 가르쳤다고 한다. 류현진은 “그래서 지금도 아무 생각 없이 가운데만 보고 던진다”고 말했다. 물론 강력한 구위가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무 투수나 가운데만 보고 던져서 타자를 윽박지를 수 있는 게 아니다.
# “고집불통”은 루머였다
지난해 6월. 2006년 신인 드래프트가 한창일 때의 일이다. 한화 프런트는 괴상한 소문을 접했다. “인천 동산고 투수인 류현진은 성격이 이상하다”는 내용이었다. 완전히 자기 멋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프로 구단에 입단하면 분명히 말썽을 일으킬 것이라는 내용도 덧붙여졌다. “다른 사람 말을 안 듣는다” “고집이 세서 다루기 힘들다” 등 한화 프런트는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소문에 잠시 고민해야했다.
입단 후 류현진을 곁에서 지켜본 한화 구단 관계자들은 “소문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며 “고분고분하고 평범한 스타일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팀 선배들과도 잘 어울리고 베테랑 구대성으로부터는 구질을 전수받을 만큼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대체 누가 낸 소문이었을까, 혹시 흠집 내기는 아니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 보물 못 알아본 SK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의 경우 경기고 출신이기 때문에 본래 두산 혹은 LG에서 1차 지명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2차 지명에서도 삼성이 아닌 2003년 종합 순위 5~8위팀이 먼저 지명할 권리가 있었다. 그러나 모두 오승환의 잠재력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 결과 1, 2차 지명을 합쳐 사실상 7번째 순번이었던 삼성이 오승환을 데려갈 수 있었다. 한국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성장한 오승환을 보고 있자면 그를 놓친 다른 구단들이 땅을 칠 법도 하다.
류현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천 동산고 출신이니 SK가 1차 지명을 통해 영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SK는 인천고 졸업반 이재원을 1차 지명했다. 류현진이 올시즌 이처럼 활약할 줄 알았다면 SK가 당연히 지명했을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대문으로 걸어 들어오던 ‘보물’을 내쫓은 셈이다.
반면 한화는 행운이 따른 케이스다. 지난해 2006년 신인 2차 지명 때 한화는 롯데에 이어 두 번째로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2004년 종합성적에서 롯데 8위, 한화 7위였다. 2차지명은 전년도 성적 역순으로 진행된다. 한화는 광주일고 졸업반 나승현과 류현진을 놓고 롯데의 선택에 따라 나머지를 고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결국 롯데가 나승현을 택했고 류현진은 한화 차지가 됐다. 당시만 해도 아무도 몰랐지만 한화의 향후 10년을 뒤바꿔놓은 사건이었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