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방송되는 하이트 맥주 광고. | ||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광고계에서 천정 부지로 몸값이 뛰었던 ‘모델’ 박지성에 대해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광고 에이전시는 ‘연예인 고현정을 능가할 만큼의 최고 몸값을 받은 유일한 운동 선수’라고 박지성의 광고계 주가를 설명했다. 월드컵이 끝난 지금은 축구하는 박지성 대신 춤을 추는 박지성으로 콘셉트를 바꿔 또 다른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박지성이 얼굴만 내밀면 장사가 되는 상황에서 박지성은 당분간 깨지기 힘든 몸값을 기록하며 광고계를 흔들어 놨다. 박지성과 광고, 그 X파일을 알아본다.
박지성을 ‘모셔라’
월드컵 전만 해도 TV를 켜면 여기저기서 박지성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은행, 전자제품, 이동통신사, 맥주, 스포츠 용품 등 박지성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들이 홍수를 이뤘다. 광고주들마다 박지성을 모델로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광고 에이전시들만 속이 탔다.
광고 에이전트 A 씨는 “계약을 맺는 데만 한 달이 넘게 걸렸다. 보통 연예인들이 3~4일이면 계약을 끝내는 것과는 달리 에이전트 쪽에서 워낙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바람에 광고계 사람들이 좀 힘들어 했다”고 설명했다. 어렵게 계약이 진행된 후엔 촬영 과정에서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대부분 영국에서 진행된 촬영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정해진 시간에 찍어야 했고 만약 부득불 재촬영을 하게 되면 다시 에이전트와 협의를 거쳐야만 했다는 것.
▲ LG전자 엑스캔버스 광고 사진. | ||
박지성 측은 광고 계약을 맺으면서 유례 없는 옵션을 내걸었다. 6개월의 계약 기간에 박지성이 경기에 출전할 때나 골을 넣을 때, 어시스트를 하거나 페널티킥 유도, 공격 포인트 등을 올릴 때 별도의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것. 골-1000만 원, 어시스트-500만 원이다. 심지어 어느 광고에서는 영국 현지에 박지성 측이 지정한 미용실의 헤어 디자이너를 데려가야 한다는 문구를 넣겠다고 주장했다가 막판에 뺀 일화도 있다.
이에 대해 박지성의 광고 계약을 담당한 FS 코퍼레이션의 전용준 상무는 “별도의 인센티브는 해외 스포츠 스타들의 사례를 참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 상무는 “단순히 모델료를 올리려는 게 아니었다. 선수는 연예인과 달리 부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만약 부상으로 뛰질 못하면 광고주만 손해를 보는 게 아닌가. 그래서 모델료를 높이는 것보단 별도 인센티브를 두어 선수와 광고주 모두 만족할 만한 내용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7000만→8억 ‘수직상승’
박지성이 처음 우리은행 CF를 찍을 때만 해도 모델료는 7000만 원 정도. 이후 하이트 맥주엔 1억 3000만 원이 책정됐다. 그 뒤부터 박지성의 몸값은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탔다. 월드컵 직전에 찍은 CF는 옵션을 포함, 8억 원 정도의 모델료가 지급됐다는 게 광고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A 씨는 “박지성이 처음 받았던 모델료는 저평가됐던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모델료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약간의 여유와 배려가 아쉬웠다. 선수나 에이전트사는 무조건 많은 돈을 받는 게 좋지만 광고 관계자들의 입장은 또 다른 것”이라고 얘기했다.
또한 A 씨는 박지성이 에이전트 분쟁을 겪는 바람에 재계약 건들이 줄줄이 밀려있다면서 하루 빨리 원만한 협의를 통해 에이전트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랐다.
“JS 리미티드에선 자신들과 광고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FS 코퍼레이션에선 그럴 경우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광고주 입장에선 이런 복잡한 문제에 끼어 들어 제품 이미지를 나쁘게 할 이유가 없다. 박지성이 1년에 한두 편 정도 CF를 계속하려면 에이전트 문제부터 빨리 처리해야 한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