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JLPGA)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한 선수가 기자에게 늘어놓은 푸념이다. 대회 규모가 미국 못지않고, 또 시간적으로 따지면 미국보다 훨씬 먼저‘골프한류’가 발생한 곳이 일본인데 이상하리만큼 한국에서는 일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한국선수들에 대해 인색하다.
2006년 한국골프의 화두 중 하나는 더 거세진 여자골프 한류다. 미LPGA에서 한국선수의 우승비중이 50%를 넘나들며 명실상부 여자골프 세계 최강국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기 때문이다(에비앙마스터스까지 19개 대회에서 9승).
일본 여자그린을 보자. 7월 23일 전미정의 우승으로 끝난 필란트로피 플레이어스챔피언십까지 올 시즌 19개 대회에서 한국선수는 5승(이지희 3승, 전미정 2승)을 거뒀다. 언뜻 보면 미LPGA에 모자란 듯싶다. 하지만 29명이 뛰는 미LPGA에 비해 일본의 한국선수는 18명으로 11명이나 적다. 절대적인 인원수와 또 선수 수준을 고려하면 일본의 여자골프 한류가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럼 역시 JLPGA가 미LPGA보다 훨씬 못하기 때문에 천대를 받는 것일까. 미LPGA의 올 시즌 공식대회는 32개다. 반면 JLPGA는 36개나 된다. 상금 규모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어떤 대회는 미LPGA의 평균치를 능가하기도 한다. 전미정이 우승한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은 총상금이 1억 3000만 엔(약 130만 달러)이나 된다.
코스도 미국 못지않게 어렵다. 전장이 짧은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평균 6400야드에서 6500야드로 결코 쉽지 않다. 코스레이팅도 어려워 오버파 우승자가 나오기도 한다. 미국보다 어려우면 어려웠지 쉽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서의 한국골프 돌풍을 잘 모른다. 신문에서도 일본대회 우승은 단신으로 처리된다.‘이승엽 4타수 무안타’와 비슷한 밸류다.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언론과 팬들의 뿌리 깊은 일본 경시 풍조 때문이다. 일본과 다른 나라가 축구를 해도 한국사람은 그냥 일본이 지기를 바라는 경향이 많다. 식민지배를 받았던 탓일까. 그냥 일본 하면 괜히 싫은 것이다.
요즘 국제외교나 정치적으로 한·일관계가 껄끄럽다. 독도 해양조사나 북한 미사일 사건으로 냉랭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양국의 많은 사람들이 한·일관계는 걱정이 없다고 한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제관계를 맺고 있는 데다 스포츠 문화 분야에서도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의 이승엽을 제외하면 스포츠에서 한국의 일본 진출이 가장 활성화된 것이 바로 골프다. 최소한 골프만큼은 일본의 한류를 좀 높이 평가하면 안 될까. 연예계는 일본에서 조금만 인기가 있으면 난리인데 골프는 왜 골프 관계자들 스스로 일본에서의 한류를 평가절하할까.
이 더운 여름, 이지희 전미정 신현주 허석호 등 일본의 골프한류에게도 많은 박수를 보내주자. 일본사람들은 골프 특히 여자골프로 인해 한국을 한층 높게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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