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기현 선수.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잘 아는 광고 업계의 한 관계자가 설기현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렸다. “박지성 이영표에 이은 ‘넘버 3’라는 이미지가 광고 시장에선 마이너스 요소”라고 말이다. 그래서 공식 기자회견 때 기자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자신을 향한 ‘넘버 3’의 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더니 특유의 심드렁한 표정으로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대답했다. 두 선수에 비해 세 번째 입성을 한 건 맞는 사실이고 그들과 경쟁 관계인 상황에서 ‘넘버 1’ ‘넘버 2’는 말하기 좋은 사람들이 붙이는 타이틀 아니냐는 것. 맞는 말이다. 그래도 외국 물을 먼저 먹은 설기현이 박지성과 이영표의 그늘에 가려 있는 부분은 다소 아쉽다.
설기현은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실력 있는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유럽 클럽에선 아시아권 선수들에 대해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실력만이 그들에게 어필할 뿐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다. 월드컵 등의 국제대회 말고는 자신을 보여줄 수가 없다.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냈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16강, 8강까지 올라 외국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았어야 외국 진출이 활발했을 것이다. 작은 클럽이라도 일단 나가는 게 중요하다.”
설기현은 이천수나 안정환, 그리고 박주영 등이 외국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너무 목표를 높게 잡지 말고 차근 차근 단계를 밟아나갈 것을 주문했다. 자신의 경험을 담은 말이다.
설기현에게 괴로운 질문을 던졌다. 바로 월드컵 전에 가졌던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해 한국 진영으로 볼을 몰고 가다 상대 선수에게 빼앗겼던 ‘역주행’ 스토리다. 당시 설기현의 플레이는 이런저런 가십으로 소개되면서 선수에게 뼈아픈 상처를 안겼고 아내 윤미 씨마저 네티즌들의 ‘역주행’ 운운에 눈물을 흘렸을 정도다.
▲ 인터뷰 도중 기자와 한 컷. | ||
설기현은 지금의 자리(프리미어리그)에 오기까지 너무나 긴 시간이 필요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먼 거리를 달려왔다. 1차 목표는 달성했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 앞으로 더 올라가야 한다. 도전할 게 많아서 행복하다. 지금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이 있을 것이고 ‘역주행’ 이상으로 비난을 받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난 프리미어리그에서 열심히 내 길을 뛰어갈 것이다.”
설기현에게 독일 월드컵 전에 인터넷에서 인기를 모은 안정환의 아내 이혜원 씨와 설기현의 아내 윤미 씨 중 ‘누가 누가 예쁘나’ 하는 사진 모음집이 나돈 것을 아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재밌다는 표정으로 “그런 것도 이슈화되느냐”고 말했다. 그래서 우문이지만 두 사람 중 누가 더 예쁜 것 같냐고 농담 삼아 질문을 던졌다.
“와이프랑 정환이 형 형수랑 굉장히 친하다. 독일 월드컵 때도 같이 경기 보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들었다. 부부끼리 만난 적도 있는데 내가 와이프한테 말했다. ‘정환이 형 형수 진짜 이쁘지 않냐’고. 형수를 실제로 보면 진짜 미인이다. 이건 와이프도 인정했다. 하하.”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