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홍만 | ||
이종격투기 선수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제각각 다른 사연을 갖고 있는 세 선수의 데뷔전 준비 과정과 실제 몸값,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먼저 최홍만은 2004년 12월 16일 K-1 진출을 공식 발표하고 2005년 3월 19일 서울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3개월가량의 준비와 훈련 기간이 주어졌지만 본격적인 훈련을 한 건 한 달 반 정도였다. 최홍만이 훈련 부족에도 불구하고 데뷔전에서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는 데에는 K-1 측의 철저한 분석 덕분이다.
데뷔전 상대를 정하는 데 있어 한국 측 프로모터는 스모 출신의 아케보노와 1회전에 맞붙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씨름과 스모 출신들이 격투기를 벌인다는 홍보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K-1 측은 누구든지 그 경기에서 패하는 선수한테 타격이 클 거라고 예상하고 아케보노 대신 와카쇼오를 붙였고 1회전에서 와카쇼오를 물리친 최홍만은 2라운드에서 아케보노를 상대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결승전에서 카오클라이까지 물리친 최홍만은 데뷔전을 우승하는 바람에 항간에서는 ‘최홍만의 우승 시나리오’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전 세계복싱챔피언 최용수가 K-1 진출을 발표한 시기는 2006년 2월 7일. 지난 9월 16일 데뷔전을 치르기까지 5개월여를 보내면서 최용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한 달여 만에 남아공에서 극비 귀국했다. 전담 매니저가 최용수와 24시간을 함께 하면서 그를 다독였지만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기가 힘들었다. 한때 K-1 진출을 후회하는 등 갈등을 겪다가 주위의 충고와 격려 끝에 뒤늦게 훈련을 재개하기도 했다.
▲ 최용수.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프라이드 데뷔전에서 무참히 짓밟힌 이태현에 대해선 여전히 말들이 많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부분이 프라이드 진출을 선언한 지 한 달여 만에 성급하게 데뷔전을 치른 부분이다. 즉 최홍만 최용수가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데뷔전을 가진 것과는 달리 이태현은 격투기의 ABC조차 모르고 링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태현의 매니지먼트사인 팀 이지스의 이재철 대표는 “훈련보다는 경험이 중요했다. 프라이드의 일본 대회는 9월과 12월에 열리는데 12월까지 기다리기보단 매를 맞더라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격투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태현이 이미 지난 4월부터 글러브를 끼고 격투기 훈련을 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격투기 전문 기자 C 씨는 “이태현이 4월부터 프라이드 진출을 위해 훈련을 시작했다는 건 200% 사실”이라고 말했다. 즉 4월부터 격투기 훈련을 했기 때문에 9월에 치른 데뷔전이 결코 훈련량이 부족한 이른 데뷔전이 아니었다는 것.
이태현에 대해서는 이것 말고도 다양한 설들이 나돌고 있다. 특히 이태현이 프라이드 진출을 통해 얻으려 하는 건 우승과 승리가 아니라 매니지먼트 사업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이태현 측은 이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세 선수 모두 격투기 진출에 진출하면서 거액의 몸값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홍만과 최용수가 계약금과 연봉을 합해 약 10억 원을 받았고 이태현은 그보다 적은 액수를 받았다는 게 공식적인 스토리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부풀려진 액수다. 최홍만은 같은 씨름 출신으로 얼마전 K-1으로 전향한 김동욱의 계약금 6억 원보다 적은 액수의 몸값을 챙겼다. 씨름 출신으로는 최초였고 모험을 즐기지 않는 K-1 측의 계산 때문에 비교적 싼 가격에 최홍만을 끌어 들일 수 있었다.
▲ 이태현 | ||
이태현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후배인 김동욱이 6억 원 정도를 받았다고 귀띔하자 몇 번이나 ‘진짜냐’고 되물으며 부러움 섞인 감탄사를 나타낸 바 있었다. 즉 자신은 그 정도의 몸값을 챙기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3억 원에서 5억 원 사이가 이태현의 진짜 몸값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최홍만은 K-1 측과 재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내년 군 입대 문제가 걸려 있는 터라 어떤 결과로 재계약을 맺을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오는 30일 일본 오사카에서 벌어질 K-1월드 그랑프리 제롬 르 밴너와의 경기 결과가 재계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용수는 일본 격투기계의 최고 스타 마사토(26)와의 매치 플레이를 제의받고 있다. 킥복싱 출신이자 K-1 MAX 초대 챔피언인 마사토는 잘생긴 외모와 빼어난 실력으로 현재 일본에서 영화배우와 CF모델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초절정 인기 파이터다. 만약 최용수와 마사토의 빅매치가 성사된다면 최홍만을 능가하는 최고의 흥행카드가 될 수도 있다.
이태현은 일본의 자존심 요시다 히데히코의 ‘요시다 도장’으로 훈련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12월 31일 일본에서 열리는 ‘2006 프라이드 남제’를 목표로 훈련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친정’을 떠난 ‘시집살이’는 아무리 여건이 좋다고 해도 시집살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