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미국 테네시주에서 열린 모 대회에서 A 선수는 가족 중 한 사람을 캐디로 기용했다. 그런데 성적이 좋지 않았다. 가족 간에 책임론 공방이 오간 끝에 싸움은 커졌다. 위기를 느낀 A 선수는 곧바로 경찰에 연락했고 골프 대디는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에서는 가정 폭력도 큰 범죄에 해당한다. 소란 끝에 A 선수가 경찰에 ‘아버지를 용서해 달라’고 탄원해 사건은 간신히 무마됐다.
하지만 미LPGA 사무국은 A 선수의 아버지에 대해 골프장 출입 금지 조치를 취했다. 폭력성향의 인물이 골프장에 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당연한 조치였다.
몇 개월이 지났고 A 선수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다시 A 선수는 미LPGA 사무국에 아버지가 없어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기 힘들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사무국은 마지못해 선수 보호 차원에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미 소문이 쫙 퍼진 뒤였다. 망신살이 있는 대로 뻗쳤다. 덕분에 올 시즌 9승을 합작하며 실력 면에서는 세계 최고를 과시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미LPGA의 한 내부 관계자는 “정말이지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다. 98년 박세리의 첫 LPGA 제패 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 한국은 미국 여자 골프에서 없어서는 안 될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그런데 아직도 이 같은 골프 대디의 엽기적인 행동이 발생하다니 어처구니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문제의 이 골프 대디는 그동안 많은 문제를 일으켜왔다. 막말로 한국 언론과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고 외부로는 알려지지 않은 코리언 낭자부대 내에서의 각종 문제에 연루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스스로 반성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열성 골프 대디 문제는 수년 전부터 미LPGA 사무국은 물론, 미 언론까지 주목하고 있는 ‘뜨거운 감자’였다. 오죽하면 코스 내에서 ‘한국말 대화 금지’라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결정이 나왔겠는가.
하지만 골프 대디 사고는 안타깝게도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근거없이 동료 선수들을 비난하는 것은 일상다반사고 용품업체(스폰서)가 딸에게 준 골프채를 몰래 팔아먹는 ‘범죄’까지 저지른다. 한국 선수의 수가 증가하면서 사고 발생 빈도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골프 대디 문제를 단순히 각 개인의 품성에 맡길 때는 지났다. 하루 빨리 미LPGA 내에 한국 선수 커뮤니티(일종의 정기모임)가 생겨 이를 통제해야 한다. 한국 선수는 물론이고 투어를 따라다니는 가족 등 관계자들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예의나 도덕 등의 자율 규정을 정해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또 미LPGA에 처음 진출한 선수를 돕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몇몇 미꾸라지 때문에 “코리아는 골프는 잘 치지만 예절은 형편없다”는 따가운 눈총을 더 이상 받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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