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폼을 어떻게 바꾸면 한 타라도 줄일까’ 고민하는 아마추어 골프 애호가나 레슨으로 밥 먹고 살아가는 전문가들이 들으면 펄쩍 뛸 이야기다. 하지만 이 말은 지난 9월 26일 타계한 세계 골프계의 큰별 바이런 넬슨(향년 94세)의 스윙론이다.
현역 시절 뛰어난 스윙과 예의 바른 태도로 인해 ‘바이런 경(卿)’으로 불린 넬슨의 말인 만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넬슨은 또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선수 생활을 할 때 필드에서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바로 상금이다. 골프로 돈을 벌어 목장으로 돌아가 트랙터나 소 등을 살 생각을 하면 즐거웠다. 그것이 내게는 최고의 자극제였다.”
실제로 넬슨은 1945, 1946년 두 해 동안 영원히 깨지기 힘든 대기록을 달성한 후 최전성기에 ‘깔끔하게’ 은퇴했고, 바로 텍사스의 목장으로 돌아가 여생을 살았다. 한마디로 철학이 있는 골퍼였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학업이나 인생에서 많은 것을 잃고 있는 한국 골프선수들. 어려서부터 ‘골프치는 기계’로 살아온 이들이 되새김해 봐야 할 구절이다.
넬슨을 설명하는 최고의 단어는 ‘연속(The Streak)’이다. 1945년 11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것은 야구(메이저리그)에서 조 디마지오의 56경기 연속 안타에 비견된다. 2위가 고작 6경기이니 넬슨의 11은 영원 불멸의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넬슨은 이 해 30개 대회에서 우승 18회, 준우승 7회라는 놀라운 기록을 냈다.
불멸의 ‘11’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그 이상으로 의미 있는 기록도 있다. 1942년부터 1946년까지 무려 65개 대회에서 연속 톱 10에 들었다. 비록 타이거 우즈(142대회)에 의해 깨졌지만 113대회 연속 컷 통과도 넬슨의 것이었다.
경이적인 ‘연속’이 가능했던 비결은 무엇일까.
넬슨은 평생 네 가지를 하지 않았다. 맹세와 싸움과 도박 그리고 담배다. 직업 골퍼는 물론이고 우리 주변에도 이 넷 중 2~3개쯤은 밥 먹듯 하는 사람이 많다.
끝으로 넬슨은 미PGA에서 최초로 자신의 이름을 건 대회를 연 사람이다. 68년에 시작, 올해까지 열렸고 앞으로 계속 열릴 ‘바이런넬슨클래식’이 넬슨의 대회다.
넬슨은 이 대회를 자신의 명예를 높이는 대회로 사용하지 않았다. ‘경’으로 불릴 정도로 매너가 좋았고 이러한 친화력을 바탕으로 유명 선수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대회 출전을 부탁했다. 상금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타이거 우즈 등 최고 스타들이 이 대회에 참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대회에서 발생한 엄청난 이익을 모두 자선기금으로 사용했다. 올해 630만 달러를 비롯, 지금까지 약 1억 달러(1000억 원)를 써왔다. 똑똑하기로 소문난 미PGA의 데이비드 핀첨 커미셔너는 넬슨의 영원한 귀향에 부쳐 “모든 골퍼의 롤 모델”이라고 치켜세웠다.
‘철(鐵)의 바이런’, ‘그린의 신사’ 바이런 경의 명복을 빈다.
einer6623@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