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서도 밝혔지만 전 챔프들의 은퇴 후 삶은 결코 해피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당한 사람들이 많은지, 왜 이렇게 한을 품고 살아야 하는 지, 그리고 왜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지, 챔피언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물음표’가 꼬리를 물었다. 마치 그렇게 살도록 복사된 인생처럼 내용은 틀렸지만 색깔은 엇비슷했다.
챔피언 때는 유흥업소의 손님에서 지금은 유흥업소의 사장 또는 관리인으로 살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숱한 시행착오를 겪고도 여전히 ‘아리송한’ 직업 아닌 직업인으로 생활하는 챔프들도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기자를 흐뭇하게 했던 부분은 ‘다시 태어나도 권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부분이다. 모든 챔피언들은 비록 운동은 힘들지만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권투를 아니하고는 못 배길 것이라며 자신의 이전 직업을 자랑스러워했다.
‘전 세계 복싱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그래도 자존심을 지키려고 발버둥친 사람들을 볼 때는 ‘선생님’이란 호칭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우연히라도 만나고 싶지 않은 챔피언도 있었다. 바로 후배 챔피언의 돈을 사기치고 도망간 챔피언이다. 전 세계 챔피언 P 씨는 지금도 K 씨 얘기만 나오면 ‘나쁜 ×’하며 흥분을 가라앉히질 못한다.
43명의 세계 챔피언들. 모두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중에서도 유명했던 챔피언들은 기자에게 똑같은 희망 사항을 표현했다. 바로 자신의 이름을 딴 복싱 전용 체육관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