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으면 무조건 퇴학이라고 엄포를 놓는 바람에 일주일 만에 강릉으로 돌아온 기현이가 서울에서의 생활을 털어놨을 땐 가슴이 너무 아프다 못해 찢어졌다. 기현이와 친구들이 찾은 곳은 면목동의 한 셔츠 공장. 단순 보조 업무를 맡았던 기현이가 그곳을 뛰쳐나온 계기는 고등어 때문이었다고 한다. 점심 시간에 반찬으로 나온 고등어 두 토막을 기현이가 다 먹어 버린 바람에 공장 직원들과 싸움이 벌어졌던 것이다.
결국 일거리를 잃은 기현이와 친구들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패잔병처럼 강릉으로 돌아왔지만 축구는 도저히 못하겠다고 버텼다. 야단을 치진 않았다. 스스로 마음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까 기현이가 축구화를 챙기고 있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축구를 안 하겠다고 맹세했던 친구들이 모두 축구부에 다시 들어가 공 차는 걸 보곤 자기도 뒤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 일 이후로 기현이 입에서 ‘축구하기 싫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자식이 운동을 하기 싫어하거나 힘들어 할 때 부모는 조용히 지켜보는 배려도 필요하다. 무조건 채근하고 야단치는 방법보다 기다려주고 참아주면서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는 게 더 효과적이다. 난 지금까지 ‘공부하라’는 소리도 안 해봤지만 ‘운동해라’는 말은 더더욱 해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