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성의 프리미어리그 첫 골 장면. 선수들의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선수인 조지 베스트(1946~2005)는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실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결국 술로 인해 생을 마감해야 했다. 베스트는 간암으로 간이식수술을 받은 뒤에도 술을 끊지 못하고 술과 목숨을 바꿨다.
20~30년 전만 해도 잉글랜드 축구선수들은 훈련과 경기가 끝나면 술집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감독들도 마찬가지였다. 세계 최고라는 자만 속에 절제하지 못하는 음주는 생명을 단축시키는 ‘레드 카드’로 선수들을 그라운드에서 밀려나게 만들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술에 의지해 스트레스를 풀기보다는 다양한 취미 활동이 잉글랜드 축구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유명 선수와 감독들의 다양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알아본다.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잉글랜드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의 앨런 시어러는 골프가 수준급이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경기 중 화내는 법이 없는 시어러는 최근 BBC에서 축구 전문가로 활약하며 성공적인 은퇴 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골프가 심적 안정에는 최고라는 지론을 펼치며 후배들에게도 골프를 적극 권하고 있고 많은 선수들이 골프에 입문하고 있다.
라이언 긱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골프 마니아다. 몇 년 전부터 요가로 정신적인 편안함을 얻은 긱스는 필드에 나가지 못하면 TV 중계로라도 골프를 맛본다.
게리 네빌(맨유)과 필 네빌(에버턴) 형제는 크리켓에 일가견이 있다. 축구선수가 되기 전 크리켓에 소질을 보인 네빌 형제는 만약 크리켓으로 진로를 결정했어도 대성했을 듯하다. 특히 필 네빌은 잉글랜드 크리켓 주니어 대표팀의 주장을 맡았던 경력이 있어 축구보다는 크리켓 분야에 남았다면 세계 최고라는 명성을 얻었을 것이다.
리버풀의 웨일즈 출신 공격수 크레이그 벨라미(리버풀)와 리오 퍼디낸드(맨유)는 탁구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벨라미는 탁구를 좋아하는 현지 기자와도 서슴없이 탁구채를 잡는 등 탁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다. 평상시 터프한 모습의 퍼디낸드는 탁구공으로 여유시간을 건전하게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 (왼쪽부터) 라이언 긱스, 베컴, 퍼거슨 감독 | ||
프리미어리그 축구의 광팬이라면 ‘벨르 뷰’에서 얼마 전 원정팬들에게 엉덩이를 보이는 추태로 구설수에 올랐던 조이 바턴(맨체스터 시티)과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의 얼굴도 함께 볼 수 있을 것이다.
2006 독일월드컵이 끝나고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탈락한 ‘꽃미남’ 데이비드 베컴(레알 마드리드)의 취미는 그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쇼핑이다. 베컴은 쇼핑광으로 이름 높은 아내 빅토리아와 함께 명품 쇼핑에 시간을 보낸다. 재밌는 사실은 베컴이 영국의 해체된 여성인기그룹 ‘스파이스걸스’ 출신의 아내의 조언에 따라 왁싱(털 제거)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
영국의 호사가들은 쇼핑까지는 이해하지만 등, 가슴, 다리는 물론이고 신체 중요 부위의 털까지 가만 놔두지 않는 베컴의 여성적인 취미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그래도 술 한잔을 빼놓을 수 없다는 주당은 여전히 있다. 볼턴의 샘 알라다이스 감독과 포츠머스의 해리 래드냅 감독은 경기가 끝나면 가볍게 한잔 걸치는 애주가들이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도 술을 가끔 즐기지만 비싼 레드 와인만 고집한다. 퍼거슨 감독은 한 병에 1000파운드(약 200만 원)가 넘는 레드 와인을 다른 감독들과 함께 하는 낭만파이기도 하다. 아르센 웽거 아스널 감독과 조세 무링요 첼시 감독은 단 한 방울의 알코올도 입에 대지 않는다.
요즘 젊은 잉글랜드 축구선수들은 샴페인으로 분위기를 즐기는 추세다. 한 병에 200파운드(약 40만 원)나 되는 ‘크리스털’이란 브랜드의 샴페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반적으로 프리미어리그 선수와 감독들은 술보다는 운동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보내며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
런던=변현명 축구전문리포터 blog.naver.com/ddaz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