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박지성이 하루는 이상한 소포를 받았다. 소포를 뜯어보니 편지와 녹음기 그리고 건전지 2개가 들어 있었다. 편지 내용은 박지성을 응원하는 문구와 영원히 박지성만을 사랑하고 기다리겠다는 일상적인(?) 문구들이었다. 관심은 녹음기에 쏠렸다. ‘과연 무엇을 녹음했기에 건전지를 2개 더 얹혀서 보냈을까’ 하는 생각에 미쳤다.
조심스럽게 녹음기의 재생 버튼을 눌러본 박지성. 편히 들을 수 있는 잔잔한 음악들이 이어졌다. 마음을 푹 놓고 음악에 심취해 있던 박지성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바로 ‘오빠!’하는 소리였다. 바로 그 녹음기에서 나는 소리였고 선물을 보낸 주인공의 목소리인 듯했다. 그 소녀는 배경 음악을 깔고 이런 내용을 녹음해서 보냈다. ‘오빠! 날 기억해주세요. 오빠! 날 잊지 말아주세요. 오빠! 나와 결혼해 주세요’. 이런 소리가 테이프 앞·뒷면에 반복해서 녹음돼 있었고 박지성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모닝콜’ 삼아 들어달라는 ‘특별 부탁’까지 덧붙여져 있었다.
박지성은 그 일 이후로 ‘모닝콜’ 소리만 나면 깜짝 깜짝 놀라는 버릇이 생겼다. ‘모닝콜’과 동시에 그 소녀 팬의 다소 기괴한 목소리가 떠오르기 때문이란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