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이 근질근질 박지성이 수술 두 달 만에 기지개를 폈다. 그가 그라운드에서 동료들과 환호할 날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왼쪽부터 박지성, 루니, 호날두. 로이터/연합뉴스 | ||
박지성의 하루는 단순, 그 자체다. 오전에 구단에 나가 3시간 정도 재활훈련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생활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고 있다.
박지성이 수술 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일은 딱 두 번이었다. 수술 결과에 대한 한국 취재진 단체 기자회견과 추석 전 맨체스터로 돌아오면서 가진 기자와의 짧은 인터뷰가 전부다. 한국에 쉬러 가서도 언론과 접촉을 하지 않고 조용히 휴식만 취했다.
현지에서 박지성을 돌보고 있는 박지성의 에이전시 ‘JS 리미티드’ 박현준 팀장의 입을 통해 박지성의 최근 근황을 간접적으로 들어봤다.
영국 중부지방에 위치한 맨체스터의 아침 기온은 영상 5도 정도로 쌀쌀한 편이다. 박지성은 오전 8시 정도에 일어나 토스트나 콘프레이크로 식사를 한 뒤 오전 9시경 구단으로 출근한다. 박지성은 ‘출근’이란 말에 웃지만 여느 회사원처럼 규칙적인 일과가 시작되는 것이다.
출근할 때는 박지성이 직접 운전을 하며 집에서 차로 20분가량 떨어진 맨체스터 외곽에 있는 캐링턴 연습구장으로 향한다. 재활 프로그램은 주로 웨이트 트레이닝과 수영장에서 걷기 등이었는데 최근 그라운드에서 코치와 함께 패스 연습을 시작했고 조금씩 연습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왼쪽 발목 인대 수술을 받은 박지성은 볼을 차는 데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수술 부위의 근력이 상당히 좋아졌다고 한다. 아직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진 않지만 일대일 패스 등으로 볼에 대한 감각을 되살리고 있다. 지금 상태로 봐서는 예상보다 일찍 경기에 투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 FA컵 우승이란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퍼거슨 감독의 올 시즌 마스터 플랜을 위해서 박지성의 조기 복귀는 구단 차원에서도 큰 관심이다.
▲ 박지성 | ||
박 팀장은 “산소탱크로 불리는 박지성이 먹는 양을 보면 ‘저렇게 먹고 어떻게 뛰나’할 정도로 소식을 한다”라고 말했다. 절대 속이 거북할 때까지 과식하지 않는 박지성은 저녁은 꼭 한식을 챙겨 먹는다.
일주일에 세 번 받는 영어 과외는 한 번 할 때마다 2시간씩 진행된다. 네덜란드시절부터 영어공부를 계속 해온 박지성의 영어 실력은 현지인들과의 대화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지만 수업을 빼 먹는 일은 절대 없다. 저녁시간에는 주로 방안에서 인터넷 서핑이나 책을 읽으며 보낸다. 위성 안테나를 달지 않아 한국 방송을 보지 못하지만 인터넷으로 한국의 축구소식 등을 꼭 서핑한다.
박지성의 독서 목록은 알려진 대로 경제 경영 서적에서부터 소설책까지 편식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지성이 주로 읽는 책들은 팬들이 보내준다. 맨유에서 38년째 근무 중인 우편 담당 직원은 “이전 데이비드 베컴한테 왔던 소포보다 박지성 앞으로 배달되는 우편물들이 훨씬 많다”라며 대단한 인기에 놀라움을 나타낸다고 한다. 주로 한국의 팬들이 캐링턴 연습구장으로 직접 보내주는 선물이 주를 이루는데 매주 50통 이상의 편지와 한 달이면 50권이 넘는 책이 배달된다.
동료들도 박지성에게 배달되는 팬들의 선물 공세에 놀라는 눈치라고. 항상 조용하고 진중한 성격으로 동료들의 신임이 두터운데 팬들의 선물도 많이 오자 ‘역시 최고’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워준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리는 홈경기는 빠짐없이 관전하며 동료들에게 응원 인사를 잊지 않는 박지성. 훨씬 더 단단하고 성숙해진 몸과 마음으로 그라운드 복귀를 꿈꾸는 박지성은 다시 ‘산소 탱크’를 장착하고 거침없는 질주를 위해 오늘도 ‘출근’을 시작한다.
변현명 축구전문리포터 blog.naver.com/ddaz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