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드래곤즈 허정무 감독은 지난달 29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 감독 경질 위기’나 ‘○○○ 감독 탄핵’같은 제목의 기사를 남발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식의 기사가 감독들의 위상을 너무 초라하게 만든다는 게 허 감독의 주장이었다.
이날 기자들은 원정팀 라커룸에 있는 허 감독을 찾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수원처럼 선수 보강을 해주면 전남도 우승을 노려볼 만할 텐데요. 어떻게 내년에는 팀에서 선수 보강 좀 해준대요?” 허 감독은 빙긋이 웃었다. 질문 의도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내년 시즌에 대한 구상이 재계약을 전제한 일이기에 능청스럽게 즉답을 피한 뒤 한마디 했다.
“언론에서 감독들의 위상을 좀 생각해 줬으면 해요. 감독은 장인이고 기술자입니다. 아무나 막 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죠. K리그를 보시면 알잖아요. 감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있어요. 그런데도 언론은 감독들을 파리 목숨 다루듯 묘사해요. ‘이 사람은 잘린다느니’, ‘저 사람은 위기라느니’하는 식으로 기사를 쓴다는 말입니다.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감독들 거취 관련 기사를 쓸 때는 좀 신중하게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허 감독의 주장에 많은 지도자들은 공감한다. 대한축구협회 이회택 부회장은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물러날 때가 되면 알아서 물러난다. 그런데도 언론은 무작정 물러나라고 한다”며 거취 관련 기사에 마음 고생(?)을 했음을 알렸다. 현역 감독의 아내인 A 씨도 비슷한 의견이다. “솔직히 구단 관계자의 말을 빌린 기사가 나오면 꽤 신경이 쓰여요. 인사 관련 문제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잖아요. 언론에서 좀 신중하게 다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광열 스포츠칸 축구부 기자 revelg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