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팬들이 가장 많이 거론한 부분은 이제 겨우 K-1 데뷔전을 치른 최용수의 상대로 마사토는 너무나 ‘쎈’ 상대라는 지적이다. 마사토는 K-1 MAX급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한 번씩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1997년 전 일본 킥복싱 대회 출전을 시작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경험과 연륜을 자랑한다. 특히 K-1에서 활약하는 모든 선수들을 통틀어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격투기 스타이자 영웅이 마사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팬들은 최용수가 내년 1월 27일 한국에서 열리는 K-1 KHAN대회를 두고 ‘굳이’ 일본 다이너마이트대회에, 그것도 최강자 마사토와 맞붙는 데에는 피치 못할 속사정이 있을 거라는 추측을 내놓는다.
이에 대해 최용수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양명규 티엔터테인먼트 이사는 “프라이드와 경쟁을 벌이는 K-1이 택한 ‘히든 카드’가 최용수와 마사토전이었고 양쪽 모두 필요성에 의해 대결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한다. 또한 양 이사는 “자칫 잘못하면 ‘마사토 영웅 만들기’에 최용수를 이용한다는 비난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이너마이트대회에서 최용수가 지더라도 인상적이고 화끈한 경기를 펼친다면 실보다는 득이 훨씬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이사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격투기 관계자들은 최용수와 마사토전이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행되는 데에는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며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양 이사가 프로모터로 나서는 오는 1월의 K-1 KHAN 대회에 최용수가 출전하지 않을 경우 흥행이 어려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주최하는 대회를 놔두고 일본 다이너마이트에 출전시키는 데에는 비즈니스적인 역학 관계가 자리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올 정도다.
한편 마사토전에서 절대 열세로 평가받는 최용수는 얼마 전 같은 복서 출신이면서 이종격투기 선배인 ‘불사조’ 박현성 씨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마사토 경기 비디오를 보고 분석을 하면서 박현성 씨로부터 기술적인 조언을 들은 최용수는 박현성 씨와의 스파링을 통해 실전에서 부족하고 보충해야 하는 부분을 조금씩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최용수가 K-1 데뷔전을 앞두고 최측근으로부터 박현성 씨를 만나 기술적인 도움을 받으라고 하는 충고를 외면했다가 이번 마사토전이 발표되자마자 먼저 박현성 씨에게 SOS를 쳤다는 부분이다.
최용수와 마사토전은 이름과 기량면에서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할 만큼 수준 차이가 난다. 그러나 몇몇 격투기 관계자들은 이번 경기에 ‘이변’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가장 큰 이유가 최용수가 복서시절부터 원정 경기에 강했다는 사실이다. 세계챔피언 벨트를 딴 것도 아르헨티나 원정 경기였고 특히 일본 선수들한테 강하다는 점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애드벌룬을 띄운다.
두 번째는 상대가 강할수록 최용수는 투지를 불태우고 좋은 성적을 냈다는 점이다. 챔피언 시절 주니어라이트급 세계 최강자로 꼽히는 올랜도 소토(2차방어)와 괴력의 몽골 복서 라크바 심 등을 상대할 때 오히려 더 좋은 경기를 펼쳤고 상대적으로 약한 선수를 만났을 때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징크스가 있다.
세 번째는 경제적인 이유다. 돈 때문에 K-1에 진출했지만 아직 큰돈을 벌지 못해 경제적으로 넉넉한 상황이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이번 대결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만 한다.
최용수는 최근 자신의 팬 카페를 통해 마사토전을 앞둔 심경을 밝히면서 ‘마사토, 그까이거, 부숴버리겠다’는 농담을 하면서 투지를 불태웠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