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기자회견을 하던 아드보카트 감독(왼쪽)과 핌 베어벡 코치. | ||
대권승계는 4월에 끝났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6월 26일 “축구대표팀 딕 아드보카트의 후임으로 핌 베어벡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대표팀이 독일월드컵을 마치고 귀국한지 불과 이틀 만에 나온 발표였다. 너무 빨리 후임을 정한 게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감독 교체 내막을 아는 기자로서는 ‘너무 늦은 발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축구협회는 이미 4월 말 차기 감독으로 베어벡을 내정했다. 축구협회 기술위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제니트와 가계약한 걸 알고 4월 26일 기술위원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내 감독보다는 외국인 감독이 낫다고 보고 베어벡 코치를 단독 후보로 내정했다. 기술위원들은 한국-프랑스전 직후인 6월 20일 대표팀 숙소인 벤스부르크 호텔에 모여 베어벡 감독 추대를 재확인했다.
김동진 이호 월드컵 때 계약
기자는 지난 6월 13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독일월드컵 한국-토고전을 취재하다가 러시아에 있는 한 에이전트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김동진과 이호의 에이전트가 오늘 러시아에서 제니트와 전격 계약했다. 계약 기간은 두 선수 모두 2년이며 구단이 1년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고 일러줬다. 또 “이호의 이적료는 300만 달러이고 김동진은 200만 달러이다. 이번 계약과 관련한 언론 발표는 한국의 월드컵 일정을 고려해 적절한 시점에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기자는 두 선수의 계약 사실을 곧바로 기사화하지 못했다. 월드컵이 한창 열리는 시점에서 아드보카트 감독과 이호, 김동진의 동반 제니트행이 선수단 분위기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의 걱정은 며칠 뒤 해결됐다. 한국에서 이호와 김동진의 제니트행 보도가 잇따라 터졌다.
원래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호와 김동진을 데리고 에인트호번으로 갈 생각이었다. 에인트호번과 계약 직전까지 갔던 그는 이호와 김동진을 포함한 몇몇 선수에게 ‘동반이적’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가 에인트호번 대신 제니트로 가게 되자 러시아리그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선수들은 감독의 동행 제의를 거절했다.
‘1%의 남자’는 정경호
독일월드컵 최종 명단이 나오기 전 수많은 언론이 송종국과 차두리가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5월 11일 발표가 난 뒤에는 “송종국이 1%의 남자(아드보카트 감독이 마지막까지 대표 발탁을 고심했던 선수)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오보’다. 기자는 5월 8일 한 에이전트로부터 송종국의 태극호 승선 확정 소식을 들었다. 그는 “대표팀 주무가 송종국의 에이전트에게 출국을 위해 여권을 준비하라는 얘기를 했다”며 “송종국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말고 정경호와 차두리를 주시하라”고 귀띔했다.
▲ 이동국(왼쪽)과 안정환. | ||
돈만 아는 하츠의 변덕
하츠는 지난 5월 초부터 안정환 영입을 저울질했다. 하츠의 구단주인 러시아 재벌 블라디미르 로마노프는 발다스 이바나우스카스 감독이 안정환 영입을 요청하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말을 했다. 구단과의 재계약이 불투명했던 이바나우스카스 감독은 구단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선에서 끊임없이 안정환 영입을 요구했다.
7월 초 이바나우스카스 감독과의 재계약을 결정한 로마노프는 안정환 영입을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수의 경기력보다는 상품성에 관심을 보이며 실익을 따졌다.
로마노프는 7월 중순 여우같은 행동을 했다. 세계적인 스포츠마케팅사 IMG의 자회사인 ‘TWI’를 통해 YTN DMB와 접촉하며 안정환의 상품성을 살폈다. 당시 TWI는 “안정환이 하츠와 계약을 했다”며 YTN DMB에 하츠의 중계권을 사라고 권유했다. 또 몇몇 기업 관계자와 만나 하츠의 후원사가 되라는 제의를 했다.
로마노프는 한국기업들과 방송사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안정환에 대한 관심을 거뒀다. 나카무라가 셀틱에 해준 것처럼 ‘실력+마케팅’을 원했던 하츠는 안정환의 상품성이 높지 않자 영입을 포기했다.
막판 무산된 이동국 이적
이동국은 올해 초 수원 삼성 이적을 추진했다. ‘용병 장사’를 통해 수원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던 이동국의 에이전트는 이적료와 연봉 등을 포함해 총액이 80억 원에 이르는 대형 이적을 성사직전까지 몰고 갔다. 공격수가 절실했던 수원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려했고 경제적인 면에서 재계약에 부담을 느꼈던 포항은 ‘안돼요, 돼요’하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순조롭게 흘러가던 이동국의 수원행은 막판에 확 틀어졌다. 한 스포츠신문이 이동국의 수원행을 보도하자 포항 고위층이 대노한 것. 포항 고위층은 “간판스타인 이동국을 왜 보내느냐”며 불같이 화를 냈고 지역 유력 인사들도 ‘포항의 아들’이 다른 팀으로 가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했다. ‘이게 아니다’ 싶은 포항 프런트는 즉시 진화에 나섰고 마음이 뜬 이동국을 잡기 위해 한참 난리를 피워야 했다. 1년만 더 머문다며 간신히 마음을 잡았던 이동국은 현재 다시 이적을 추진 중이다. 이동국의 한 측근은 최근 “동국이가 생각하는 것과 포항이 생각하는 게 너무 다르다”며 이동국의 이적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동국은 내년 3월까지 포항과의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터라 올 겨울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지 못했다.
전광열 스포츠칸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