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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1일 열렸던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박한이와 함께 활짝 웃는 류현진.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2007년에는 어떤 ‘별’들의 뒷바라지 내용들이 보따리를 풀어 제칠까. 잔뜩 기대를 갖고 류현진의 아버지 류재천 씨가 정리하는 ‘별들의 탄생 신화’ 최종 스토리를 소개한다.
SK와 롯데마저 그냥 지나치다 마지막에 한화에서 딱 걸렸다. 한화는 왼손잡이 투수가 절실히 필요했고 마침 현진이를 앞의 두 팀에서 그냥 패스하는 바람에 한화와 극적인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롯데마저 현진이를 외면할 때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말로는 1년 더 몸 만들어서 좋은 기회를 갖자고 현진이를 다독거렸지만 만약 그해 프로에 입단하지 못했더라면 참으로 많은 아픔이 있었을 것이다.
한화에서 현진이를 지명한 후 팀의 스카우트 담당자와 서울역 근처의 한 카페에서 대면하게 됐다. 그런데 그 담당자는 현진이와 나에 대한 악성 루머와 관련해서 먼저 얘기를 꺼냈다. 익히 그 소문을 들어 잘 알고 있다는 소리에 말문이 탁 막힐 정도였다. 굳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싫었다. 1차 면담에서는 팀의 제시액만 듣고 조용히 물러나야 했다.
당시 한기주가 기아로부터 10억 원의 계약금을 받는다고 알려진 때라 한화의 제시액이 와 닿지가 않았다. 한화에 지명된 유원상이 5억 5000만 원을 받는데도 한화에선 현진이에게 2억 5000만 원을 못 박은 것이다. 두 번째 만남도 똑같았다. 구단측에선 2억 5000만 원이란 액수가 최고 대우를 해준 것이고 더 이상 올려줄 수는 없다고 강경하게 나왔다.
세 번째 만남 때는 현진이 엄마와 같이 나갔다. 집에서 나를 통해 구단의 입장을 전해 듣고 너무 크게 상심한 것 같아 아예 직접 만나보고 현실 파악을 해보라는 취지에서였다. 3차 면담에서 나와 아내는 현진이의 계약금보다는 앞으로 현진이가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에 합의를 보고 구단이 제시한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 돈 문제로 왈가왈부하기 싫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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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한화이글스 | ||
현진이 또한 가슴에 응어리진 게 많았던 모양이다. 이전의 두 팀에서 자신을 스카우트하지 않았던 데 대해 보이지 않는 상처가 자리했는지 미니홈피에 ‘갚아주겠다’는 글을 올려놓아 나한테 한참 혼나기도 했다. 언젠가 또 다시 봐야 하는 사람들인데 감정적인 글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남자라면, 사나이라면, 아픔도 고통도 가슴에 담아두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프로 입단 전의 말로 다 표현 못할 가슴앓이가 현진이에게 큰 자극을 줬다고 생각한다. 그런 보이지 않는 과정들이 현진이를 강하게 만들었고 올시즌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괴물 루키’로 탄생케한 배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규리그를 마치고 SK랑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났을 때 참으로 묘한 느낌이 들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프로야구를 하면 무조건 SK를 응원했었는데 이젠 한화를 응원해야 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할 정도였다.
많은 분들이 신인 선수가 프로 대선배들을 상대로 겁내지 않고 상대하는 배짱과 용기에 대해서 칭찬을 한다. 그러나 신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만약에 상대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그리고 얼마나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인지를 미리 알았다면 제대로 던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2년차 때는 현진이가 다소 고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은 안 한다. 겉으로는 허허실실해도 속으론 자기 나름대로의 뭔가가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달려온 1년이었다. 현진이와 우리 가족들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의 행복과 기쁨도 누렸고 이보다 더 아플 수 없을 정도의 절망과 아픔도 가슴에 새겨봤다.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겸손하고 성숙하며 매너 좋은 야구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현진이 그리고 가족 모두가 노력하겠다. 올 한 해 현진이에게 많은 사랑 보내준 팬 여러분들께 현진이를 대신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정리=이영미 기자 bo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