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리의 사진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세마스포츠 이성환 대표이사. 그는 세계적 스타 선수들을 국내로 초청해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 큰 획을 그었다. 오른쪽은 마리아 샤라포바.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Show me the money(내게 돈을 줘!).” 스포츠 마케팅 영화로 가장 유명한 <제리 맥과이어(1996)>에서 톰 크루즈가 한 말이다(e스포츠팬들은 스타크래프트 치트키로 더 잘 안다). 그 만큼 스포츠는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릴 만큼 돈과 밀접하다. 그럼 지난 11월 창사 4주년을 맞은 세마스포츠는 어떨까. 상장사가 아닌 까닭에 정확한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2006년 이미 수백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물론 흑자 수지다. 뭐 액수 자체는 아직 미미할 수 있다고 해도 경이적인 신장률, 그리고 각종 투자펀드가 경쟁적으로 ‘러브콜’을 보낼 정도로 분위기가 좋은 것은 확실하다.
아마추어 스포츠는 당연하고, 프로 스포츠까지 한국 스포츠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적자다. 대기업의 홍보 마인드나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명분이 없으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구조다. 이 같은 환경에서 작은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세마의 활약은 ‘돌풍’이라고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다.
세마스포츠는 2002년 가을 이성환 대표이사(42)가 세웠다. 이 대표는 연예계 출신이다. ‘욘사마’ 배용준, 유오성 등의 매니지먼트를 도왔다. 우연치 않은 계기로 박세리 및 골프대회와 인연을 맺으면서 스포츠에 뛰어들게 됐다.
설립 당시만 해도 세마는 미미했다. 몇 개의 큰 골프대회를 하청받아 진행한 것과 박세리의 매니지먼트사라는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만한 실적이 없었다. 현재 난립하고 있는 영세한 골프 대행업체들과 다를 게 없었다. 세마라는 이름도 유일한 자랑거리였던 박세리의 이름에서 ‘세’자를, 스포츠마케팅에서 ‘마’를 빌려 만들어졌다.
2003년 주로 골프대회를 통해 조금씩 회사 규모를 키우던 이 대표는 2004년부터 한국 스포츠계를 뒤흔드는 초대형 이벤트로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2004한솔코리아오픈테니스 대회를 통해 샤라포바의 첫 한국 방문을 이끌어내 ‘대박’을 터뜨렸다.
▲ 타이거 우즈, 박세리, 미셸 위, 김연아(시계방향으로)의 공통분모엔‘세마스포츠’가 있다. | ||
초창기 멤버인 세마스포츠 노영주 부장의 말이다.
자신감과 함께 제법 쏠쏠한 수익을 올린 이 대표는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2005년 샤라포바를 한 번 더 데려왔고(현대카드 슈퍼매치·비너스 윌리엄스와의 맞대결), 이 해 가을 역사적인 골프 황제의 한국 방문을 성사시켰다(MBC라온인비테이셔널). 이성환 이사는 이렇게 회상했다.
“어떻게 보면 무모했죠. 메인 스폰서도 없는 상태에서 덜컥 우즈의 방한을 계약했어요. 만일 스폰서가 안 잡히면 애써 키운 회사는 물론이고 제 집마저 날아갈 뻔했거든요. 그런데 운이 좋게도 스폰서가 생겼고 또 샤라포바를 능가하는 흥행 대박이 터졌죠.”
골프 황제까지 인정했으니 일은 더 쉬워졌다. 대기업들의 시선 자체가 달라졌다. 이를 바탕으로 2006년 봄 미셸 위의 한국 성대결을 개최했고, 가을에는 김연아 등 세계 최고의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모아 공연했다. 잇단 흥행 대박으로 몇몇 대기업과 주요 방송사가 “세마가 하는 스포츠 이벤트라면 무조건 하겠다”며 먼저 신용장을 내밀 정도가 됐다.
가장 최근인 2006년 10월과 11월에는 각각 미LPGA 공식대회인 코오롱-하나은행챔피언십과 페더러-나달 슈퍼매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잊을만 하면 ‘대형사고’를 치는 탓에 특종을 노리는 언론이 세마스포츠의 행보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2007년에 서너 개의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미 계약을 완료하고 실무 준비 단계에 들어간 프로젝트도 있다. 물론 공식 발표 전까지는 철저하게 대외비다.
눈부신 성장과 함께 이 대표를 포함해 세 명이었던 정식 직원이 17명으로 늘었다. 몇 차례 직원 공채를 했는데 어디서 정보를 들었는지 국내 명문대는 물론이고, 해외 명문대 출신까지 ‘한국의 제리 맥과이어가 되기 위해 세마를 선택했다’며 찾아왔다. 관리하는 선수도 박세리 외에 김주연 최나연(이상 골프), 김민수(농구) 등으로 늘었다.
세마스포츠는 지난 12월 28일 사무실을 옮겼다. 가정집을 인수해 오피스용으로 재건축한 작은 규모지만 강남에 번듯한 사옥을 마련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날마다 뭐 좋은 (스포츠 이벤트)꺼리가 없을까 궁리한다”고 말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 같아 찾아보니 <제리 맥과이어>에서 어려울 때마다 등장하는 할아버지의 말과 비슷했다. “난 아침에 눈을 뜨면 자리에 일어나서 이렇게 외친다네, 오늘 하루도 멋진 날이 될꺼야!”
유병철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