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고종수의 대전 시티즌 입단식. 그의 얼굴에 자신감이 보인다. 사진제공 = 대전 시티즌 | ||
대전 시티즌 최윤겸 감독의 말이다. 고종수(29)를 받아들인 최 감독은 ‘추락한 천재’의 재기를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체중이 덜 나가더라고요. ‘선수 몸’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운동도 한 것 같고…. 종수가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로 구단 지시를 따른다면 부활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최 감독은 지난 8일 고종수가 입단식을 위해 구단을 방문하자 대뜸 체력훈련장으로 데려갔다. 고종수의 몸 상태를 살필 요량이었다. 최 감독은 낑낑거리며 체력훈련을 하는 고종수를 이리저리 살피며 ‘재활견적’을 뽑았다. 그러고는 이영익 수석코치와 이재규·추홍식 재활 트레이너에게 ‘고종수 재기 프로젝트’를 일러줬다.
☞1단계=체중감량
고종수의 현재 몸무게는 80㎏이다. 전성기 시절의 75㎏에 비하면 5㎏ 정도 더 나가는 셈이다. 최 감독은 고종수의 몸무게를 확인한 뒤 “쉬면서 체중관리를 그런대로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반인으로서 체중관리를 했지 축구선수로서 관리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복근운동을 시켜봤는데 제대로 못했다”며 “본격적인 훈련 이전에 살부터 빼야 한다. 근력과 심폐기능 강화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키며 5㎏ 정도 빼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2단계=기초훈련
본격적인 ‘재기훈련’은 2단계부터다. 최 감독은 “1~2주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쳐 훈련을 소화할 몸을 만들게 한 뒤 공을 차게 하겠다”고 전했다. “종수가 훈련 시작 3주차 정도부터 트레이너와 함께 패스, 슛, 킥, 드리블 등을 연습할 것이다. 기초훈련의 목적은 ‘잃어버린 감각’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단계=팀 훈련 합류
고종수는 4주차부터 팀 훈련에 합류한다. 동료들과 볼 경합 훈련을 하고 그룹별 패스훈련에도 참가한다. 다만 필드에서 이뤄지는 전술훈련에는 불참한다. 최 감독이 고종수가 패스감각을 완전히 되찾기 전까지 자체 연습경기 등 전술훈련에서 뺄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전술훈련에는 불참하지만 고종수는 팀 전체가 참가하는 전술미팅을 통해 ‘대전 축구’를 익힌다.
☞4단계=전술훈련 참가
최 감독은 고종수가 자신감을 찾고 팀 전술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순발력, 순간 스피드, 지구력을 갖췄을 때부터 본인이 원하는 곳에 세워 팀 전술훈련을 받게 할 생각이다. 수비 부담이 덜한 자리에 투입해 경기감각을 익히게 해 필드 복귀를 위한 마지막 단계를 밟게 할 방침이다.
☞5단계=실전투입
최 감독은 4월 말이나 5월 초쯤 ‘조커’ 형태로 고종수를 필드에 내보낼 계획이다. 풀타임 출전은 후반기에나 생각한다. 최 감독은 5단계까지 걸릴 시간을 4개월 정도로 본다. 물론 고종수가 피나는 각오로 자신의 지시를 따른다는 가정 아래서다. 최 감독은 고종수의 재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빙긋이 웃었다. “이제 주머니도 비고 명성도 비지 않았습니까? 종수도 이제 우리나이로 서른입니다. 마음가짐이 예전과 다르니 잘 할 겁니다.” 고종수를 동생처럼 아끼는 대전 이영익 코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죽을 수 없지 않습니까? 독하게 훈련시키겠지만 배려할 때는 배려할 겁니다. 종수는 자존심이 강한 애인데 그 자존심이 꺾이면 실력도 꺾이는 법이죠. 팀 분위기에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기를 펴게 할 겁니다. 대전이 종수에게 날개를 달아줬으면 합니다.”
전광열 스포츠칸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