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준호 감독과의 불화설이 계속 돌던 서장훈이 올시즌 이후 자유계약선수가 되면 “무조건 삼성을 떠나고 싶다”고 밝혔다. | ||
FA시장의 핵폭탄이 될 ‘서장훈 탈 삼성’ 내막을 들여다봤다.
감독과 갈등 ‘심각’
서장훈과 안준호 감독은 SK시절부터 아주 가까웠다. 2002년 서장훈이 SK를 떠나 삼성으로 오게 된 것도 안 감독과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또 2004년 삼성이 김동광 감독의 후임으로 안 감독을 택할 때 서장훈은 더없이 반겼다.
그런데 둘 사이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멀어졌다. 이는 삼성 내부에 밝은 농구인들이라면 주지의 사실이다. 안 감독이 공식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서장훈이 있기에 강하다”라고 치켜세우고 서장훈도 불만을 내색하지 않지만 양쪽 모두 ‘더 이상 함께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2004~2005시즌을 4강으로 마치는 과정에서 둘은 개성이 충돌하며 이상 조짐을 보였다. 이는 삼성이 우승을 차지한 2005~2006시즌에 절정을 이룬다. 시즌 내내 서장훈과 출전 시간을 놓고 신경전을 펼친 안 감독은 우승을 확정지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서장훈 길들이기’를 단행했다. 승부처인 후반 대부분을 서장훈을 벤치에 앉혀 놓았고 마지막 순간 “뛸래?”하고 물었으나 서장훈이 이를 거부했다. 결국 시즌 MVP가 우승의 순간 벤치에 앉아 있는 한국 농구사의 첫 장면이 연출됐다.
이후 안 감독이 “이기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라고 사과했지만 서장훈이 팀의 공식 행사에 노골적으로 불참할 정도로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이후 비시즌에 다른 구단과의 트레이드가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막판 불발돼 결국 서장훈은 5년 계약 기간의 마지막을 다시 삼성에서 뛰게 됐다. 서장훈은 “더 이상 감독님과의 갈등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 감독님을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좋게 떠나고 싶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 안준호 삼성 감독 | ||
스포츠 세계에서 간판 선수와 감독의 갈등은 빈번하다. 감추고 싶은 비밀인 까닭에 크게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어느 종목, 어느 팀이건 이런 종류의 불화는 다 안고 있다. 이럴 경우 중요한 것이 구단이다. 단장이나 프런트 고위 관계자들이 중간에서 수습하는 게 보통이다. 감독은 재계약을 위해 구단의 눈치를 봐야하고 매년 연봉 협상을 하는 선수도 구단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삼성 구단은 서장훈과 안준호 감독의 불화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 경기인 출신의 조승연 단장과 이성훈 사무국장이 부단히 노력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의 시도가 무의미할 정도가 됐다.
조승연 단장은 “서장훈이나, 안 감독 모두 개인적으로 무척 아끼는 후배들이다. 정말이지 여러 번 중재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적으로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구단이 어느 한 쪽 편을 들어 줄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서장훈은 구단에 섭섭함을 느끼고 있다. 중립은 형식적일 뿐 안 감독의 논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난해 삼성이 안준호 감독과 3년 재계약을 하면서 서장훈은 사실상 마음을 굳혔다. 후배이고, 선수인 자신이 감독을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마음이다.
돈은 따지지 않겠다
서장훈에게도 약점이 있다. “언제 서장훈이 감독과 사이가 좋았던 적이 있느냐”는 반론에 마땅한 대답을 찾기 어렵다. 그나마 연세대 시절 최희암 감독(현 전자랜드감독)이나 당시 코치였던 유재학 감독(현 모비스 감독) 정도가 마음에 맞았다. SK 시절의 최인선 감독, 삼성의 김동광 감독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서장훈은 “개성이 강하고 불합리한 것을 참지 못하는 내 성격이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더 이상 지도자나 구단과의 불필요한 마찰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인 만큼 돈이나 모기업 규모 등 모든 것을 따지지 않고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팀을 택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유병철 스포츠 전문 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