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설의 이유는 활발한 사업 활동이다. 소렌스탐은 오는 4월 올랜도 위치한 진컨트리클럽에 자신의 이름을 딴 골프아카데미를 개설할 예정이다. 그곳의 수석코치는 소렌스탐의 코치인 헨리 라이스가 맞는다고 한다. 최고의 강사진에, 투어선수들을 위한 심리치료사까지 갖춘 멋진 아카데미다. 소렌스탐은 이외에도 자신의 이름으로 골프장까지 설계하는 등 본격적인 골프 사업가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사업에는 소렌스탐을 뒷받침하는 전문 경영인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역 선수 생활에 큰 지장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새 사업의 홍보를 위해서라도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최소한 앞으로 2~3년은 더 선수생활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은퇴설도 나왔고 하니 어쨌든 이번 주 주제는 소렌스탐이다. 소렌스탐은 미LPGA 투어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같은 비중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94년 미LPGA 데뷔 이후 10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포함, 통산 69승을 올렸고 불멸의 기록으로 불리는 59타를 친 소렌스탐. 개인적으로 투어를 다니며 ‘소렌스탐이 어떻게 그렇게 잘 칠 수 있을까’ 늘 궁금했다. 마침 투어생활을 하며 아니카의 친동생 샬롯타와 친해졌고 한 번은 노골적으로 질문을 해봤다(샬롯타는 한때 미LPGA의 기대주였으나 현재는 대기 선수(조건부 시드)에 그치고 있다).
“당신과 아니카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다른 것은 별 차이 없는데 한 가지 확실히 다른 게 있다. 바로 눈빛이다.”
“눈빛?”
“나는 눈빛이 항상 살아 있지 못하지만 언니의 눈빛은 항상 불이 날 정도로 살아 있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시간이 제법 흐른 뒤 이해하게 됐는데 눈빛은 바로 소렌스탐 특유의 승부욕을 의미했다.
소렌스탐은 투어에서 다른 어느 선수보다 승부욕이 강하다. 정상을 지키기 위해 다른 선수들보다 두 배 이상 노력한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다. 지나친 승부욕은 화를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소렌스탐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 강한 승부 근성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한 대회에서 소렌스탐은 세컨샷이 벙커로 들어가고 벙커샷을 실수하며 치명적인 보기를 범했다. 라운드를 마친 후 소렌스탐은 벙커에 들어가 3시간 동안 나오지도 않고 벙커샷 연습을 했다. 정말이지 소름이 끼칠 정도다.
한국여자골프는 ‘마르지 않는 샘’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박세리 이후 좋은 신인들을 계속 배출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 무대 진출을 위해 지금도 어디에선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모든 일이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부모한테서 태어났는데 한 쪽은 골프 역사상 최고의 여자선수, 다른 쪽은 평균 이하의 선수로 다른 길을 걷게 만든 ‘눈빛의 차이’, 그리고 3시간 벙커샷 연습의 일화. 소렌스탐한테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다이아몬드바(CA)에서, 송영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