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이 끝났다. 낮 12시(텍사스와 비교하면 이 얼마나 짧은 시간인가). 클럽하우스의 좁은 통로를 지나 라커가 어디 있는지부터 살폈다. 구석 쪽(고참, 베테랑들은 미디어 또는 클럽하우스 직원과의 혼잡을 피하기 위해 대개 코너에 라커를 만들어 놓는다)에 자리 잡힌 박찬호의 라커는 두 개다. 팀 고참 올랜도 에르난데스, 모이제스 알루 등이 두 개씩, 즉 넓게 쓰고 있다. 박찬호의 커리어를 인정해주는 팀의 배려로 보인다.
기자는 박찬호의 스프링캠프를 올해까지 총 네 차례 지켜봤다. 허리 부상에 시달리던 2003년과 2004년 텍사스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미국 본선 이후 샌디에이고 시범경기, 그리고 이번이 네 번째다. 어느 해보다도 한결 여유로운 표정이다. 때로 박찬호는 선문답에 가까울 정도로 말을 아끼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이곳 포트 세인트루시에선 모든 것을 초월한 듯 보였다.
“여유로워 보이고 한결 편안해 보인다”고 말하자 “그렇게 봐준다면 좋다”고 답이 왔다. 사생활 이야기가 나오면 단호하게 말을 자르지만 야구로 돌아가면 금세 진지해지고 대답이 길어진다.
아내와 딸(박리혜 씨와 애린 양)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이 환해졌다. 아버지가 됐다는 책임감도 있지만, 어렵고 힘들 때 항상 의논하고 바라볼 수 있는 가족이 생긴 뒤 야구 말고 다른 인생이 분명히 있음을 깨달은 박찬호다. 박찬호의 여유로운 표정은 그 때문이다. 다저스 시절에는 넘치는 에너지가 있었고, 텍사스엔 좌절과 고통 그리고 추락이 있었다. 사실상 세 번째 팀이라고 할 수 있는 메츠에선 다저스에서의 에너지를 되찾겠다는 박찬호의 의지, 그리고 2000년대 초반 정상에서 떨어진 뒤 겪었던 고통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포트 세인트루시=김성원 JES 기자 rough1975@jesnews.co.kr
여유 속 굳은 눈빛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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