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의 ‘국내 리그도 생각하고 있다’는 발언은 그간 근황을 묻다가 우연히 나왔지만 지금 보면 꼭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자들이 나타난 뒤 최희섭은 무언가 계속 할 말이 있음을 여러 제스처로 내비쳤다. 함께 있던 취재진들 모두 “희섭이가 무슨 할 말이 있는 것 같다. 표정이 다른 때와 좀 다르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최희섭이 자신의 인생 계획에 있어 ‘스톱워치’를 가동했음은 인터뷰 내내 감지됐다. 혹시나 싶어 “마이너리그에 내려가도 일단 기다리면서 다시 복귀를 노려볼 생각 없느냐”는 질문에 최희섭은 “기다릴 시간이 없다. 무의미한 것 아니냐. 어느새 내 나이 스물여덟 살이다. 한국인 최초로 빅리그서 3년간 포지션 플레이어였고 나름대로 할 만큼은 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희섭은 “지난 2006년은 정말 좋은 일도 그렇지 않은 일도 많았다”며 “약혼녀 야스다 아야를 만났고, 또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 덕에 군 면제라는 혜택도 얻었다”라고 덧붙였다. 과거를 돌아보고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향후 뭔가를 결심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최희섭이 한 달 내에 결국 탬파베이 로스터에 합류하지 못하면 ‘다른 리그’로 가겠다고 말한 건 그래서 더 진지하게 다가온다.
WBC 미국전에서 폴대를 살짝 넘기는 홈런은 한국야구 100여 년 역사상 최고 쾌거이긴 했지만 그에겐 독약이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최희섭은 “여기 미국 사람들이 항상 나를 보면 미국전 홈런을 이야기 하는데 참 기분이 그렇더라. 또 WBC 이후로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음도 부인할 수 없다”고 회고했다.
김성원 JES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