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LPGA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 중 정일미 등 박세리와 친분이 두터운 선수들은 올 초 박세리로부터 오는 11월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미국이 워낙 넓고 프로선수들은 미리 연간 스케줄을 결정하기 때문에 박세리 입장에선 일찌감치 부탁해놓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박세리는 이와 함께 6월 뉴욕주에서 열리는 위그먼스LPGA 대회에 가능한 많은 한국 선수들이 참가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 대회가 자신의 올시즌 열 번째 출전 대회로 여기서 역사적인 명예의 전당 입회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98년부터 미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세리는 올해가 꼭 만 10년째다. 2004년 미켈롭울트라오픈에서 우승하며 명예의 전당 입회 포인트(27점)를 채웠고 올해 드디어 의무기간을 충족하게 된 것이다. 박세리는 극심한 슬럼프와 부상으로 고전하던 2005년, 시즌을 중도하차하면서도 명예의 전당 입회조건을 채우기 위해 12개 대회까지 마치기도 했다. 그만큼 명예의 전당 헌액을 자신의 골프인생에서 가장 큰 목표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박세리는 98년 미LPGA 진출하면서부터 “동양인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것이 목표”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박세리가 2007시즌을 마쳐야 10년 의무기간을 채우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미LPGA에 따르면 한 시즌에 10개 대회만 뛰면 현역 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명예의 전당 헌액 순간은 공식적으로 올해 열 번째 대회 출전이 된다.
▲ 미국에 있는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 ||
하지만 대회 도중인 까닭에 현장에서는 즉석 기념식으로 대체한다.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2003년 10월 삼성월드챔피언십 1라운드 후 18번홀 그린에서 명예의 전당 입회 기념식을 가졌다. 박세리도 마찬가지 수순을 밟을 예정. 미LPGA는 물론이고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사무국도 올해 박세리의 헌액을 주요 사안으로 책정하고 있기에 현장에서기념식을 진행할 방침이다.
위그먼스LPGA대회는 미LPGA의 시즌 14번째 대회지만 박세리는 이보다 앞선 4개 대회를 결장할 예정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열 번째 대회가 된다. 박세리는 시즌 개막 전부터 ‘역사적인 열 번째 대회’를 어디로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처음에는 98, 2002, 2006년 세 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을 고려했지만 메이저대회로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 바로 다음 대회인 위그먼스LPGA대회를 골랐다. 박세리는 위그먼스대회를 열 번째로 만들기 위해 99년 이후 8년간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던 하와이 대회를 지난 2월 두 차례(SBS오픈, 필즈오픈)나 출전하기도 했다.
11월 12일에는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 오거스틴의 세계골프빌리지에 위치한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서 입회 세리머니가 열린다. 98년부터 미LPGA 명예의 전당이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합쳐졌기 때문에 올해 미LPGA 유일한 대상자인 박세리는 물론 미PGA와 시니어PGA 등의 헌액자와 함께 공동으로 입회식을 치른다. 미LPGA로서는 2005년 캐리 웹(호주) 이후 2년 만의 일로, 마침 같은 플로리다주에서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챔피언십이 열리기 때문에 많은 관계자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병철 객원기자 einer6623@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