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섭이 LA다저스에서 활약하던 시절의 모습. 연합뉴스 | ||
정황상 광주일고 출신인 최희섭은 적어도 5월 안에는 KIA 유니폼을 입고 국내 야구장에 설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의 KIA 입단을 앞두고 이런저런 추측과 걱정, 희망이 뒤섞인 소문이 들려오고 있다. 한때 시카고 커브스와 플로리다 말린스, LA 다저스의 주전 1루수로 뛰었던 대형 선수의 컴백이니 말들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이다.
지난달 말부터 몇몇 인터넷 게시판에선 ‘KIA가 최희섭과 일단 계약한 뒤 다른 팀과 트레이드를 시도할 것’이라는 루머가 떠돌았다. KIA가 영입을 마친 뒤 삼성이나 LG 같은 팀과 트레이드를 할 수 있다는 가정이었다. 심지어 ‘최희섭과 현대 정성훈을 맞교환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왼손 1루수 거포가 필요한 팀 혹은 탄탄한 재정을 갖춘 팀과 교섭한다면 최희섭 한 명을 내주고 커다란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해석이 뒷받침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전혀 근거 없는 루머다. 야구 규약을 잘 모르는 몇몇 팬들의 섣부른 추측일 뿐이다. 일단 KIA는 최희섭과 계약을 마치면 최소 1년간은 그를 데리고 있어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초 해외파 특별지명 조항을 만들면서 선수를 위해 보호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최희섭과 계약한 후에도 KIA는 고민에 빠질 것이라는 소문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최희섭 트레이드 루머의 기본 배경에는 KIA의 포지션 중복 문제와 연관돼 있다. 최희섭은 경력상 1루수 혹은 지명타자 이외의 보직을 맡을 수 없다. 외야수였다면 덜했을 고민이, 1루수라는 점 때문에 심각한 포지션 중복 현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KIA 1루수는 10년 연속 3할에 도전하고 있는 장성호다. 최희섭을 1루에 놓으려면 장성호가 외야로 빠져야 한다. 장성호가 외야로 가면 래리 서튼, 이종범, 이용규로 구성되는 KIA의 외야 라인에도 변화가 생겨야 한다. 젊고 싱싱한 이용규는 붙박이라 치자. 비싼 돈 주고 데려온 용병을 쉬게 하는 것도 어렵고, 베테랑이자 간판 스타인 이종범을 후보로 돌리는 것은 단순한 선수 기용 이상의 의미가 있기에 고민이 생긴다.
대신 장성호에게 지명타자를 맡기려면 올시즌 초반 쏠쏠한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는 기존 지명타자 이재주의 위치가 애매해진다. 이래저래 문제가 많다. 해외파 투수가 컴백할 때에는 이 같은 문제가 없었다. 최희섭의 컴백은 그로 인해 KIA가 스스로 팀을 대폭 뒤흔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생긴다.
한국 리그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최희섭을 곁에서 지켜본 김인식 감독(한화), 선동열 감독(삼성)은 한결같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 스윙 스타일로는 한국에 와도 안 된다. 오히려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국내 투수들에게 더 고전할 수도 있다.”
최희섭은 2m 가까운 좋은 체격 조건에 타고난 손목 힘을 갖췄지만 공을 맞히는 임팩트 능력은 다소 처지는 편이다. 특히 몸 쪽 빠른 직구에 약하다. 타격 폼도 스윙 때 상체를 벌떡 들면서 출렁거리는 스타일이라 안정적이지 못하다. 감독들은 이 같은 점을 눈으로 확인한 뒤 최희섭의 국내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
반대로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최희섭이 궁극적으로 미국에서 살아남지 못한 것은 스윙 스피드의 한계 때문이었다. 빅리그 선발 투수들은 직구 평균 구속이 90마일(145㎞)을 넘는다. 승부처에서 빠른 직구가 들어올 경우 최희섭은 게스 히팅(예측 타격)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국내 투수들은 직구 평균 구속이 140㎞ 수준이다. 최희섭의 스윙 스피드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한편 최희섭은 미국을 떠나기로 결정한 뒤에도 한동안 국내 U턴보다는 일본 리그 진출을 다각도로 모색했다. 그러나 일본이 이미 각 팀마다 용병 전력 구성을 마친 뒤였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최희섭이 일본을 염두에 둔 것은 전적으로 두 살 연상의 예비 신부인 야스다 아야 씨를 위해서였다. 최희섭은 일본 굴지의 그룹 상속녀인 야스다 씨와 지난해 말 약혼식을 올렸다. 야스다 씨는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화장품 사업을 준비 중이다. 따라서 최희섭은 일본 리그에서 뛴다면 조만간 결혼식을 올리고 피앙세와 함께 행복한 신혼 살림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최희섭이 한국에서 뛰면 아무래도 ‘기러기 커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희섭이 마지막까지 일본 리그 진출에 미련을 보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