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팀 플레이어’
5시 경기 시작 전 대전구장이 홈인 한화 선수들이 먼저 몸을 푼다. 그리고 이어진 두산의 훈련. 김동주도 배팅연습을 한다. 자신의 연습이 끝나자, 김동주는 후배 이대수의 배팅연습을 도와준다. 공을 던져주기도 했고, 자세를 잡아주기도 했다. 잠시 후 김동주가 왔다.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좀 기다리지, 대전까지 오셨어요?
─보고 싶었거든요!^^; 아까 보니까 연습을 즐겁게 하시던데, 예전엔 이기적인 선수라는 말, 많이 들었잖아요. 변한 건가?
▲다 옛날 얘기죠. 그때는 어렸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팀에서 고참인데 그러면 안 되죠.
─최희섭 선수가 어제(5/11) 들어왔어요. 고려대 후배던데….
▲터울이 있어서 같이 운동한 적은 없어요. WBC대회 때 잠깐 본 게 전부예요.
─어때요? 최희섭 선수, 잘할 것 같나요?
▲잘하면 좋죠, 다들.
─롯데 이대호, 한화 김태균, 기아 최희섭, 그리고 두산 김동주까지 거포 4인방 체제가 완성되는 건데, 김동주 선수 빼고 후배 거포 3명 중에 누가 제일 거포 본색을 타고났다고 생각하세요?
▲타고나는 건 없어요.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고 훈련하는 거지. 그래도 셋 중 한화 김태균이 제일 힘이 좋죠. 한화 타선도 잘 받쳐주고 있으니까 심리적으로도 가장 편할 거고. 야구, 혼자 하는 게 아니거든요.
12월 2일 장가갑니다!
─프로필을 봤더니 76년생으로 나오던데, 올해 나이가 서른한 살?
▲아니에요, 서른셋이에요. 서른한 살이면 좋게요~~.
─서른셋이면 토끼띠? 여자친구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여자친구는 몇 살이에요?
▲스물아홉 살이요. 양띠죠.
─네 살 차이. 궁합 예술이다. 좋아요?
▲그럼요. 저 위해서 절에 가서 삼천배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안 좋아요? 한 달에 만 배는 할 걸요?
─예에? 진짜? 무릎 괜찮대요?
▲파스 붙이고 한댑니다.
─세상에. 부처님이 도와주고 있었군요?! 결혼하셔야죠?
▲해야죠. 아시겠지만 가정적으로 힘든 일도 많았고, 제일 힘들 때 옆에 있어준 친구거든요. 사실 저… 날 잡았어요!
─네? 진짜? 이거 특종인데요. 언제 언제?
▲12월 2일입니다.
─브라보! 축하합니다. 프러포즈는 했나요?
▲아직….
─커플링은요?
▲싫대요. 해주겠다는데….
─이 싸람이, 그래도 해야죠! 싫다고 해도 해주면 좋아한다니까요.
▲ 사진=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당근이죠! 빨리 해주세요. 아, 좋겠다. 어떤 점이 제일 좋아요?
▲착해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얼마 전 제 생일 때 전화가 왔어요. 인천경기였는데, 사촌오빠랑 저녁 먹자고 기다리라고 하더라구요. 근데 미역국을 끓여 왔더라구요. 또 지난번 전지훈련 갈 때 샌드위치 싸줬다는 기사가 났었거든요. 그런데 그 기사 댓글에 ‘돈보고 만난다’란 내용이 있었어요. 그 글 보고 그러더라구요. 자기가 일해서 먹고 살 수 있으니까 힘들면 그만둬도 된다구…. 그런 말 들으니까 울컥하더라구요.
─여자친구는 어떤 일 하세요? 아, 이름이?
▲김지은이에요. 관광가이드를 했는데 지금은 저 뒷바라지한다고 안 해요.
─미안하시겠다.
▲미안하죠. 그러니까 제가 더 잘해야죠.
─좋댄다. 그렇게 웃는 모습 처음 봐요. 첫 키스는 언제?
▲만난 지 1주일 만에 집에 데려다 주고… 차 안에서.
올해 목표는 개근상
─좋네요. 올해는 진짜 좋은 일만 있을 건가 봐요. FA대박도 그중에 하나?
▲희망사항이죠.
─만약에 김경문 감독이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면?
▲아! 어려운 질문인데요. 지금은 시즌 중이고, 아직은 뭐라고 할 수가 없네요. 하지만 두산이 저에게 특별한 팀이라는 건 사실입니다. 게다가 2006년 진짜 몸 좋았던 WBC 때 다쳐서 팀에게 큰 손해를 끼쳤는데 올해는 빚 갚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려구요.
─빚 갚는 마지막 해가 될지도 모르는 2007년, 개인적인 목표는?
▲개근상이요. 이때까지 단 한 번도 시즌을 채운 적이 없는데, 이번 시즌만큼은 전 경기 출장이 목푭니다. 그래서 가을에도 야구해야죠!
야구도 사랑도 인생도 4번 타자
─두산에서만 10년인데, 그 10년 동안 변한 게 있다면?
▲성숙해졌죠. 욱하던 성격도 이제는 앞뒤 볼 수 있게 됐고, 자제력도 많이 생겼고. 그리고 늙었죠. ^^;
─예전에 은퇴소동 생각나네요. 앞으로 은퇴를 한다면 언제 어떻게?
▲최근엔 은퇴를 생각해본 적 없어요. 힘 닿는 데까지 열심히 해볼 랍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에 있어서 김동주 선수는 몇 번 타자라고 생각하세요? 1번 타자처럼 테이블세터 스타일?
▲4번 타자죠. 고등학교 때까지 투수하고 타자 겸업이었는데, 대학 때 타자의 길을 선택한 것도 제 기질하고 잘 맞고, 재밌어서 선택했거든요. 역동적이고, 게임의 주도권을 순간적으로 뒤집을 수도 있고, 시원시원하고.
─4번 타자로 일본에 진출하려는 꿈은 아직 유효한 건가요?
▲그럼요! 더 나이 먹기 전에 해외진출은 제 꿈이고, 도전입니다. 하지만 아까도 얘기했듯이 올해는 무조건 우리 팀, 두산을 위해 뛸 겁니다.
경기 시간이 다가오자, 김동주는 슬그머니 일어선다. 선수 입장! 그리고 12월의 신랑이 입장할 예정이다. 사랑을 향해, 두산을 위해 휘두를 4번 타자, 김동주의 방망이에 불꽃이 피길 응원한다. 동주 씨, 청첩장 보내주세요~
김은영 MBC라디오 아이러브스포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