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수술 후 첫 공식기자회견을 한 박지성.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우리가 대표팀에서 만난 게 언제지? 너보단 내가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시기를 떠올리는 게 훨씬 빠르겠다. 대표팀에서의 넌 굉장히 차분한 이미지였어. 어수선하고 건방진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고 항상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움직였지.
어느 날 네가 다른 곳도 아닌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가슴 벅차했는지 모른다.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후배가, 다른 팀도 아닌 맨유에 입단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자극과 자긍심을 심어줬는지 넌 모를 거야.
내가 보는 지성이의 장점은 자기 컨트롤을 기가 막히게 한다는 것이다. 축구보다 더 힘든 자기와의 싸움에서 지는 법이 없었거든. 맨유에 있든, 에인트호번에 있든 넌 변함없는 겸손함을 보여줬다. 가끔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일도 생기기 마련인데 넌 조용히 축구에만 빠져 살았어.
부상과 수술 소식을 듣고 가슴 아팠다. 목발 짚고 다니는 사진을 이곳 인터넷에서 봤을 때는 남 일 같지 않았어. 하지만 네 어깨에 알게 모르게 놓인 엄청난 양의 무게와 주위의 기대감이 널 다시 일으킬 거라고 생각한다. 그 무게에 자포자기하지 않고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가 네 속에 잠재해 있다는 걸 믿고 있거든.
지성아!
내 경험으로는 인생을 가장 크게 느끼고 배울 때가 내가 추락했을 때, 부상으로 뛰지 못했을 때, 주전이 아닌 벤치 신세로 밀려나 있을 때였다. 재활의 시간들이 축구를 포기하고 싶을 만큼 고통을 동반한다고 해도 넌 분명히 목발을 집어 던지고 ‘강철 체력’으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날 것이라 믿는다.
넌 내가 갖지 못한 걸 갖고 있잖아. 내가 지금 네 나이라면 못할 게 없을 것 같다.
하루 빨리 쾌유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서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