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미국이라는 곳이 한국선수들에게는 적지지만 요즘 들어 미국 갤러리들의 일방적인 자국 선수(혹은 서양 선수) 응원은 이제는 매주 열리는 토너먼트마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코닝클래식은 더하다. 최근 2년간 강지민(CJ), 한희원(필라)이 차례로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한국 선수들이 유난히 강한 면을 보여 ‘한국의 텃밭’으로 불리는 반면 미국 팬들에게는 기분 나쁜 대회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코닝시에 있는 많은 갤러리들이 유독 미국 선수의 우승을 응원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영의 눈부신 선전이 계속됐다. 9번 홀 위기는 무벌타 드롭으로 잘 넘어갔고, 이후 평소 차분한 성격처럼 안정된 경기 운영을 펼쳐 우승컵을 차지했다. 물론 당연히 이 대회에서 3년 연속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김영은 18번 그린 위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지난 4년간 김영을 옆에서 지켜본 까닭에 미LPGA의 한국 식구들은 그 눈물의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김영은 한국 선수들 사이에서 지독한 연습 벌레로 유명하다. 제일 먼저 연습장에 나와 제일 늦게 호텔로 돌아가는 선수로 통한다. 그래서인지 비록 우승은 없지만 미LPGA 투어 진출이후 가장 꾸준히 성적을 올리는 ‘유일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신세계와의 재계약에 실패한 이후 마음 고생도 심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영의 우승을 지켜보던 한국 선수들은 마치 자기가 우승한 것처럼 진심어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어떤 선수는 김영의 눈물에 동화돼 눈시울을 훔치기도 했다. 우승 다음날 김영은 평소 고맙게 생각하던 한국 선배들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그런데 김영의 소감이 ‘예술’이었다.
“어젯밤 한숨도 자지 못했어요. 혹시 잠자고 일어나면 내 첫 승이 혹시 꿈이 아닐까 두려웠거든요. 앞으로 더욱더 노력해 2승, 3승에 도전하고 싶어요.”
밤을 새서인지, 아니면 다시 감정이 북받쳐서인지 어쨌든 김영의 눈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김영의 선전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코닝(미 뉴욕주)= 송영군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