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재(작은사진)와 둘째아들 허훈. 훈이는 소년체전에서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사진제공=월간 점프볼 | ||
‘후배’ 허재가 두 아들을 소년체전에 나란히 우승시켰지만 사실 부전자전은 ‘선배’ 김유택이 먼저였다. 지난 해 고교생 국가대표로 뽑히고 현재 청소년대표로 발탁돼 합숙훈련 중인 김진수(17·205cm)가 김유택의 아들이다. 아빠(197cm)를 쏙 빼닮은 김진수는 삼일중 시절 키가 200cm를 넘었으며 운동신경까지 뛰어나다. 김진수는 ‘한국농구의 미래’로 기대를 한껏 부풀린 뒤 삼일중을 졸업하고 NBA진출을 목표로 미국 유학을 떠났다(현재 코네티컷주 사우스켄트고 소속). 김진수는 당장 국내에 들어와도 대학 최고는 물론이고 프로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극찬을 듣고 있다. 김유택과 허재는 두 아들을 모두 대를 잇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전설의 허동택 트리오의 중간인 강동희(동부 코치)는 어떨까. 결혼을 늦게 해 이제 아들이 세 살이다. 농구를 시킬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나이 차이가 있지만 잘하면 ‘주니어 허동택’도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농구인 2세 소년체전 MVP는 사실 허재 가문에 앞서 2년 전 탄생했다. 전자랜드 코치를 거쳐 동국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호근 감독의 아들 이동엽이 2005년 연가초등학교 시절 34회 소년체전에서 팀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로 뽑힌 바 있다. 허훈이 다소 키가 작아 ‘가드’라면 이동엽은 180cm가 넘는 빅맨이다. 이동엽은 현재 용산중 2학년으로 허웅과 한 팀에서 뛰고 있다. 이 감독의 딸 이민지도 현재 선일초등학교에서 농구를 하고 있다.
▲ 김동광 전 KT&G 감독과 아들 김지훈 한팀서 뛰는 진기록 | ||
일본 여자프로농구 도요타자동차의 정해일 감독도 딸과 아들이 농구선수다. 딸 정안나는 금호생명 소속이고 190cm의 장신가드 정창영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고려대로 진학, 청소년대표팀에 발탁됐다. 박명수 전 우리은행 감독도 딸과 아들을 각각 선일여고와 경복고에서 선수로 키우고 있다.
이밖에도 최희암 전자랜드 감독, 윤세영 전 삼일상고 감독, 이동인 KBL심판, 박상관 명지대 코치, 최철권 숭의여고 감독, 조현일 청주여중 코치, 고 이원우 씨 등이 아들이나 딸에게 농구를 시키고 있다. 외국에서도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아들이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농구선수로 활약하는 등 사례가 많다.
▲ 김유택(오른쪽)과 미국에서 유학 중인 아들 진수. 진수는 미국 NBA 진출이 목표다. 연합뉴스 | ||
실제로 농구 가업 잇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얼마 전 결혼한 ‘매직히포’ 현주엽의 어머니 홍성화 씨도 상업은행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지금은 은퇴한 ‘얼짱’ 신혜인도 신치용 배구감독(삼성화재)뿐 아니라 농구국가대표 출신인 어머니 전미애 씨의 피를 함께 물려받았다. 또 김동광 전 KT&G 감독은 고려대 출신의 아들 김지훈을 2005년 신인드래프트 때 2라운드 전체 17번으로 뽑아 부자 감독-선수의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농구 2세 열풍은 특징이 있다. 예전에는 현주엽을 제외하면 부모만큼 실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심지어 부모의 농구계 영향력에 의지해 대학 진학의 도구로 악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2세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 부모의 수준을 능가할 정도로 재능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또 과거에는 워낙 운동이 힘들다 보니 선수 출신 부모가 자녀에게 가급적 운동을 권하지 않았지만 프로농구 출범 후 프로 선수가 고소득 전문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가업잇기가 더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