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지도는 삼성육상단에서 입수한 베이징올림픽 마라톤 코스. | ||
비밀 하나 - 아! 올림픽…
이봉주는 다음달 24일 베이징에 머문다. 내년 8월 24일은 2008베이징올림픽의 마지막 날. 즉 이날 ‘올림픽의 꽃’인 남자 마라톤 경기가 열린다. 스타트 시간은 오전 7시 30분. 이봉주와 삼성전자육상단은 정확히 1년 전인 오는 8월 24일 오전 7시 30분에 스타트 지점을 출발, 42.195km의 풀코스를 뛰어볼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아 이미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에 협조를 구해 놓은 상태다.
원래 매년 가을에 열리는 베이징마라톤은 이봉주가 잘 알고 있다. 직접 뛰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 이미 수차례 대회를 참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림픽코스는 베이징마라톤과는 다르게 세팅됐다. 삼성전자육상단은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올림픽마라톤풀코스 맵을 비밀리에 확보, 이봉주의 ‘1년 전 실전 훈련’에 나선 것이다.
삼성 측은 내년 4월 프레올림픽 성격의 마라톤대회가 베이징올림픽코스에서 열린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봉주가 직접 선수로 출전하거나 이것이 어려우면 최소한 일반 참가자 자격으로라도 대회를 뛰어볼 계획이다.
이렇듯 이봉주는 모든 것을 2008년 8월 24일로 맞춰 놓고 있다. 올림픽 남자 마라톤 역사상 1~2위 최소격차(3초)로 은메달에 그친 96애틀랜타, 절정의 컨디션에도 불구하고 레이스 도중 넘어진 탓에 24위에 그친 2000시드니, 최선을 다했지만 14위에 머문 2004아테네에 이어 무려 4번째 올림픽 도전이다. 세계 최고의 마라톤 대회인 보스턴 우승, 두 차례 한국신기록 작성, 아시안게임 2연패 등 모든 면에서 황영조를 뛰어넘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올림픽 금메달 하나만 빠져 있다. 물론 올림픽 마라톤 우승은 신이 점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렵다. 하지만 이봉주는 올림픽 월계관으로 마라톤 인생의 대미를 장식하고 싶다는 꿈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 마라톤 사상 나 같은 선수도 없을 것이다. 물론 나이 마흔이 다 돼서 베이징에서 우승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서 도전하고 싶다.”
▲ 지난 3월 동아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이봉주와 가족들. 왼쪽부터 큰아들 우석이와 부인 김미순 씨, 어머니 공옥희 여사, 이봉주와 둘째 승진이. | ||
이봉주의 자식 사랑과 성실한 가정생활은 정평이 나 있다. 12년째 한국 최고의 마라토너로 활약하면서도 결혼, 육아, 평소 생활 등은 아예 운동선수의 모범답안이라고 불릴 정도로 흠잡을 데 없다.
이봉주는 이번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 아이들만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아내(김미순 씨)나 나나 딸을 하나 갖고 싶어 셋째 아이를 가지려고 한다(웃음). 마흔이 다 돼 가는 나이에 무슨 또 아이냐고 한마디 할지 모르지만 정말 아이들이 좋다. 뛰는 데도 아이들의 존재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지난 6월 처음으로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경제적으로야 어렵지 않지만 부부가 모두 돈을 헛되게 쓰지 않는 타입이라 모처럼 큰 결심을 해 태국으로 네 가족이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알뜰한 이봉주답게 가능한 경비를 줄여 총 200만 원이 조금 넘는 선에서 빅 이벤트를 해결했다.
“마라톤 운동의 특성상 워낙 합숙훈련이 많아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내년까지 또 지옥의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에 큰마음 먹고 여름휴가를 일찍 다녀왔다. 지난 번 동아마라톤 때도 가족들이 코스를 따라다니며 응원해 준 것이 큰 힘이 됐다. 가족들은 내가 뛰는 데에 있어 가장 큰 원동력이다.”
비밀 셋 - 세 번만 더 뛴다
이봉주는 7월 18일 강원도 평창으로 하계 전지훈련을 떠난다. 40일간 본격적인 몸 만들기를 실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37번 풀코스에 도전해 35번이나 완주를 한 이봉주의 다음 목표는 오는 가을 시카고나 뉴욕 대회가 될 예정이다. 현재 대회 주최 측과 출전비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시카고는 기록이 잘 나오는 코스인 반면 뉴욕은 난코스로 이봉주가 우승에 도전할 만하다는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기록으로 출전 수당을 받는 세계 마라톤계에서 이봉주는 최고 15만 달러까지 받은 적이 있으나 아테네올림픽 이후 거의 제로 상태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007서울국제마라톤 쾌거(2007년 상반기 세계 11위) 후 다시 몸값이 치솟아 8만~10만 달러의 초청료가 거론되고 있다.
가을 A급 마라톤대회에서 기록이나 우승사냥에 도전하는 이봉주는 휴식 후 베이징올림픽을 위한 지옥의 동계훈련에 착수한다. 이후 2008년 봄 베이징 프레올림픽 마라톤대회나, 런던 로테르담과 같은 A급 대회에서 37번째 완주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러면 마라톤 인생의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은 베이징올림픽이 이봉주에게 꼭 생애 40번째 풀코스 도전이 되는 것이다.
이봉주는 은퇴에 대해서도 밑그림을 보여줬다. 일단 일본이나 미국으로 마라톤 유학을 다녀오겠다는 뜻을 강력히 비쳤다. 자녀들의 교육과 또 스스로 마라톤 지도자로 대성하기 위해 엘리트 마라톤 선진국인 일본이나 마라톤 대중화가 뛰어난 미국에서 공부를 하겠다는 것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