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율 3할을 계속 유지하며 최다안타와 올림픽 대표가 목표라는 이택근.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야구가 개인운동이라고 생각한다는 현대 유니콘스의 외야수 이택근을 9월 12일 수요일, 두산전을 앞두고 수원야구장 현대 더그아웃에서 만났다.
많은 것들이 물 건너갔다?
입술이 살짝 부르튼 이택근은 더그아웃에 앉자마자 훈련 중인 두산 선수들을 바라봤다. 물 건너 간 현대의 4강 꿈에 비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두산이 부러운 것일까.
“찬바람이 부니까 페이스가 올라왔는데 좀 더 빨리 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팀의 4강 진출이 어려워졌는데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생각했던 타율 3할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죠. 게임 아직 안 끝났거든요!”
야구는 단체운동?
물론이다. 하지만 현대구단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시절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물론 구단문제는 좋은 쪽으로 결말이 나길 바라죠. 하지만 안됐을 때는 솔직히, 이런 말해도 되나? 자기 밥그릇 자기가 챙겨야 되잖아요? 야구가 단체운동이라고들 하는데 저는 모르겠어요. 야구는 개인운동이에요. 개인이 강해야지 팀이 강해지는 거지, 팀이 강하다고 개인이 강해질 수 없거든요. 개인이 노력하고 열심히 잘하다보면 팀은 자동적으로 강해지는 거 아닐까요? 팀워크도 그래요. 자기가 잘하는 거, 잘해줘야만 하는 것들. 타격, 수비, 제몫을 해준다면 그것만큼 좋은 팀워크가 어딨겠어요? 10승 투수는 10승 해주고, 타자는 기회 살려서 쳐주는 거, 그게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거고, 잘하다보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예요.”
멀티 플레이어?
부산 배정초등학교 3학년 시절, 야구 유니폼에 반해서 야구를 시작했다는 이택근은 공교롭게도 초등학교 시절부터 포수부터 내야, 외야 모든 포지션을 두루 소화해냈다. 타순도 1번부터 9번까지 다 해봤다는 이택근은 대학 4학년까지 포수를 했다. 프로에 와서는 1루와 포수를 전전하다 2006년부터 외야로 자리를 잡았다.
“멀티 플레이어요? 그런 말이 좋을 때가 있고 안 좋을 때가 있었죠. 프로 들어와서 2, 3년차 때까지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때는 ‘시합에 필요한 선수’가 아니라 ‘연습에 필요한 선수’였거든요. 그때 멀티플레이어가 시합에 나갈 수 없어서 헤매는 선수였다면 지금은 다르죠. 왜? 지금은 시합에 필요한 선수가 됐으니까요.”
잊지 못할 2군 가는 길
자부심과 자신감이 묻어나는 이택근의 목소리였지만 눈은 예전 생각이 나는지 먼 산을 바라봤다. 연습용 선수라니. 얼마나 불안했을까.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이택근은 어쩌면 그래서 더 야구가 개인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1군과 2군을 오가는 1.5군으로 피땀을 흘리던 그 시절, 이제는 몇 게임 못하더라도 금방 빼지는 않겠구나, 시합에 나갈 수 있겠구나 라는 믿음이 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여유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기면서 수비도, 방망이도 잘 되더라고 말하는 이택근의 갈색 눈에 뿌듯함이 감돌았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이택근의 방망이는 스스로도 밸런스가 최고라고 말할 정도로 불이 붙었다. 유난히 초구를 사랑하는 이택근은 생각했던 공이 초구로 들어올 경우 이것저것 재지 않고 풀스윙을 하는 스타일로 승부를 즐긴다. 혼자서는 무서운 영화도 못 보지만 타석에서만큼은 대담한 승부를 선호하는 편.
“내년엔 우리 팀이 4강에 진출하고 계속해서 3할 타자가 되는 게 소원이에요. 그리고 최다안타에도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내년에 올림픽에 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대한민국 남자로서 충성 한 번 해야죠! 목표가 있다는 건 좋은 거 아닌가요?”
이대호에게 한수 배우다
지금으로선 시즌 끝까지 3할대 타율을 유지하는 것과 올림픽 최종엔트리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이택근은 또 한 번 목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작년에 제가 타격왕을 놓쳤잖아요. 후회는 없어요. 그렇게 했으니까 2위에 오른 거라고 생각했죠. 근데 궁금하더라구요. 롯데 이대호는 무슨 생각을 했기에 타격 4관왕을 먹었을까, 그래서 물어봤죠.”
이택근: 넌 어떻게 해서 4관왕까지 차지할 수 있었니?
이대호: 형, 저는 목표가 전관왕이었어요. 그랬더니 4관왕 한 거예요.
큰 목표가 있는 사람이 크게 이룬다는 것을 이택근은 두 살 어린 고향 후배지만 프로 2년 선배인 롯데 이대호로부터 배웠다고 했다.
롯데 이대호뿐만이 아니다. 2006년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 시간이 적었던 탓에 부모님께 먼저 감사를 전해야 할까, 현대의 김동수 전준호 이숭용 송지만 같은 선배들에게 인사를 전해야 할까, 고민했을 정도로 이택근은 선배들에게 배운 것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기회가 온다면 선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단다.
“남들이 한발 뛸 때, 저는 두 발 더 뛸 수 있 어요. 자신 있습니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 현대 유니콘스의 외야수 이택근. 이런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택근을 믿는다.
김은영 MBC라디오 아이러브스포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