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연속 방출예고를 당하면서 심리적 부담을 안고 있는 마해영. 그의 방망이가 살아나기를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도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10월 2일 아침에도 마해영은 LG 2군 소속으로 잠실에서 대학팀과 경기를 치렀다고 했다.
“9시 30분에 몸 풀고, 10시에 경기 시작해서 진필중이랑 그냥 더그아웃에 앉아 있었어요. 후배들이 타격 봐 달라 그러면 봐주면서 잘한다 해주고 끝나고 미팅하고 밥 먹고 웨이트하고 나왔습니다. 진필중하고 둘이 앉아서 ‘(구단에서) 내보내겠다고 해놓고 왜 빨리 안 보내주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그러고 있었어요. 주가가 바닥을 친 탓에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상황이에요.”
김재박 감독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해영과 진필중을 내보내겠다’고 말한 탓에 마해영으로선 신인들도 들어온 시점에 재계약 안 할 선수에게 계속 나오라고 하니까 LG의 속내가 몹시 궁금했던 것이다. 혹시 트레이드 카드로 끼워 쓸려는 것일까. 아니면 FA 데리고 오면 보상 선수로 끼어주려는 걸까.
김재박 vs 김인식
지난 2006년 11월 9일, LG는 FA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마해영을 일찌감치 방출하겠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김재박 감독은 마해영을 다시 불러들였다.
“이병규도 일본에 가고 타선이 약하니까 연봉 다 주고 놀리느니 해보고 잘하면 쓰고 안 되면 내려 보내자였겠죠. 안 부르고 안 썼으면 연봉 4억을 다 줘야 하는데, 초반에 쓰고 내려 보냈으니 경비 절감한 셈입니다. 아쉬운 거라면 코칭스태프들이 저에 대해 잘 몰랐다는 사실입니다. 절 조금이라도 아는 분이라면 그냥 놔뒀을 거예요. 지켜 보면서 제 역할 해낼 거라고 믿어줬다면 심리적으로 쫓기진 않았을 겁니다.”
그러면서 급하게 찬물을 들이킨 마해영은 다시 말을 이었다.
“2군 내려가는 것도 집에 가면서 정진홍 수석코치한테 들었어요. 적어도 팀에서 최고참인데 전화 한 통을 안 해주더라구요. 김인식 감독 같으면 이런 식으로 방치하진 않았을 겁니다. ‘잘 안 되냐? 어떻게 해줄까? 좀 쉬었다 올래? 아니면 그냥 갈래? 어떻게 해줄까?’ 가슴이 따뜻해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선수들이 김인식 감독한테 환장하는 겁니다.”
빌미는 내가 제공했다
2년 연속 방출 예고를 당한 입장에서 누추해 보일까봐 일부러 헤어스타일도 퍼머로 급변신을 꾀하고 옷도 산뜻한 분홍색으로 입고 나왔다는 마해영은 담담하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물론 빌미는 제가 제공했죠. 기대한 만큼 성적을 못 냈으니까. 하지만 극복할 시간을 주고 좀 기다려줬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나이가 많으니까 구단에서는 젊은 선수들 키우는 쪽으로 선택하고, 결국 전 초반 부진을 만회할 만한 기회를 얻지 못해 아쉬워요. 2군에서도 못 한다, 못 한다 그러는데 못하는 게 아니라 시합에 안 내보내준다니까요! 타석에 세우지도 않으면서 못 한다 그러니까 답답한 거죠.”
김용희 & 김응용
95년 롯데에 입단한 마해영에게 물어봤다. 13년 야구를 하면서 궁합이 가장 잘 맞았던 감독은 누구였을까.
“쭉 한번 말해볼게요. 95년 롯데 김용희 감독님이 저를 키워주셨죠. 그러나 성적 부진으로 98년 시즌 중간에 교체됐고 다음이 김명성 감독님이 오셨는데 선수협 파동으로 삼성으로 팀을 옮긴 2001년 시즌 중간에 돌아가셨어요. 그 다음 만난 감독이 삼성 김응용 감독입니다. 그 분은 다른 건 몰라도 본인이 믿는 사람은 끝까지 믿는 스타일이에요. 그때 성적도 좋았고 문제도 없었습니다. 근데 그 다음부터 정신이 없어지죠. 김성한 유남호 서정환 이순철 감독과 6개월가량 인연을 맺었구요, 지금 김재박 감독과는 1군에서 2개월 인연맺은 게 전부입니다.”
프로에서 야구를 시작한 처음 9년은 2군 구경도 못하다가 지난 4년을 내리 2군을 들락거린 시간들이 생각나는 것일까. 마해영은 잠시 숨을 골랐다.
“2군 생활하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거였어요. 일어나는 게 무지 힘들더라구요. 하지만 배운 것도 많죠. 힘들게 야구하는 어린 후배들의 어려움, 인생, 뭐 그런 것들….”
2008년 1월 31일까지는 무조건 재계약을 해야만 야구 인생을 이어갈 수 있는 마해영에게 내년에 뛸 곳이 없으면 어떻게 할 거냐, 대만에라도 가는 거냐고 물어봤다.
“다 알아봤죠. 대만은 한 달, 3개월짜리 계약도 있더라구요. 일본도 쉽지가 않고 그렇다고 누구처럼 멕시칸리그? 가족들하고? 그건 또 아니고 방법이 없어요. 안되면 자연스럽게 은퇴 수순인데 이렇게 물러나는 건 너무 억울해요. 희망을 가지고 계속 도전해봐야죠.”
롯데는 희망사항
정민태 이종범 마해영. 이 세 선수의 공통점은 70년 개띠 동갑내기로 한때는 최고였지만 지금은 명예로운 은퇴를 꿈꾸는 위기의 베테랑들이다.
“시즌 중에 때려치우자,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지금까지의 상황을 수습하지 않으면 인정하는 게 되니까 수습해야죠. 반전의 기회도 잡고 잘 정리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어디로 갈지, 야구를 계속할지 안할지도 모르겠고, 어디서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마치 사거리에 서서 방향조차 못 잡고 마구 헤매는 꼴입니다. 제가 어디로 가야 할까요?”
많은 롯데팬들이 마해영을 그리워한다는 풍문을 전했다.
“솔직히 조심스러워요. 감독도 원하고 구단도 원해야 되는 문제잖아요. 저만 원해서 될 일도 아니고….”
마포(馬砲) 혹은 007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마해영에게 물었다, 내년 희망사항은 무엇이냐고.
“유니폼 입고 야구하는 거요!”
마해영은 다시 마포본색(馬砲本色)을 드러낼 수 있을까. 아니면 김재박 감독의 말처럼 007로 남는 것일까. 많은 팬들은 마해영이 타석에 들어서서 허리를 숙여 돌멩이를 골라내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그래서 ‘2008 마포본색 혹은 007 어나더 데이’를 개봉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은영 MBC라디오 아이러브스포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