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CJ나인브릿지 클래식에 참가했을 당시. | ||
168cm, 54kg. 언뜻 보기엔 외국의 골프 선수치고 다소 왜소해 보이는 체격이지만 날카로운 눈매와 앙다문 입술에선 오초아만의 포스가 느껴질 만큼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일요신문>은 지난 16일, LPGA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대회가 열리는 경주 마우나오션골프장에서 오초아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그의 상승세의 비결과 멕시코 영웅으로 떠오른 배경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LPGA 하나은행 코오롱 챔피언십 대회의 주인공은 박세리도, 신지애도 아닌 오초아였다. 워낙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LPGA를 ‘싹쓸이’하고 있는 탓에 대회 관계자들도, 기자들도 그리고 갤러리들까지 오초아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골퍼 오초아의 한국행에는 캐디와 오초아, 달랑 둘뿐이었다. 상금 랭킹 1위에 있는 선수답지 않게 의외로 단출했다. 인터뷰 전날 선수들이 묵는 호텔 로비에서 마주친 오초아는 캐디없이 혼자 다녔다. 식사도 혼자 하러 나왔고 옷차림도 수수하기 짝이 없어 처음 오초아를 보고 긴가민가했을 정도였다.
다음 날 클럽하우스에서 기자와 만난 오초아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거리가 워낙 멀어 캐디하고만 왔다”고 말했는데 오초아를 아는 LPGA 관계자도 “친오빠가 매니지먼트를 담당하지만 메이저 대회 아닌 외국 대회에는 대부분 오초아 혼자 다닌다”고 귀띔해줬다. ‘천만달러의 소녀’란 타이틀이 붙은 미셸 위, 세계 최고의 선수로 모든 걸 누리고 살았던 아니카 소렌스탐의 화려한 귀족주의와는 달리 오초아는 타이틀과 ‘어울리지 않는’ 행보로 투어 선수들의 귀감이 되고 있었다.
오초아에게 시즌 7승의 비결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는 “기복 없는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하고 시즌이 없는 동안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기본 체력을 다진 데다 LPGA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던 부분들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오초아는 멕시코의 최고 영웅이다. 축구 강국인 멕시코에 골프 열풍을 일으켰고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멕시코 노동자들을 갤러리로 불러들이는 마력을 발휘했다. 이에 대해 오초아는 “멕시코에는 스포츠 스타가 흔치 않다. 그들이 날 좋아해주고 나를 통해 용기를 얻고 희망을 얻는다면 굉장히 보람된 일일 것이다. 멕시코 사람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내 골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명백한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 지난 8월 세이프웨이 클래식 에서 우승을 차지한 오초아가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위.AP/연합뉴스). 기자와 인터뷰하는 오초아. 날카로운 눈매와 앙다문 입술이 인상적이다. 이종현 기자 | ||
<일요신문> LPGA 송영군 통신원은 “지난 2006년 4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다케후지 클래식 마지막날 18번 홀에서였다. 2타차로 리드하고 있는 오초아가 안전하게 3온 작전을 펼칠 생각으로 아이언을 뽑아들자 멕시코인 갤러리들이 ‘우우’하고 동요했다. 그러자 오초아는 아이언을 놓고 우드를 선택해 과감하게 2온을 시도했고 2온 후 이글까지 잡아 순간 골프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에 대해 오초아는 “내 나라 내 국민들이 모두 초록색 옷을 입고 응원해준다는 건 너무나 기쁘고 행복한 일”이라면서 “미국 골프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그들의 수고가 있기에 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즐겁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오초아는 골퍼들 사이에서도 매너 좋고 성격 좋기로 유명하다. 골프장에서 만난 김미현의 어머니 왕선행 씨는 “오초아는 골프도 잘 치지만 유명 선수답지 않게 매너가 일품이다. 다른 나라 선수인데도 왠지 정이 가는 타입”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오초아에게도 한때 슬럼프가 있었다. “2003년 LPGA 데뷔 후 2004년, 2005년 모두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골프란 내려갈 때가 있으면 올라갈 때가 있는 법이다.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해내느냐 하는 건 골프장 밖에서의 또 다른 싸움”이라고 당당한 목소리로 밝혔다.
멕시코 부호 하비에르의 딸인 그는 10대 초반부터 테니스 수영 축구 배구를 했고 농구선수로는 주 대표에 선발되기도 했다. 하프 마라톤 완주와 산악 종주 경기 등에 참가한 이력은 그가 강한 정신력을 다지는 초석이 됐다. 소렌스탐, 박지은과 같이 애리조나대를 다니다 2학년에 프로로 데뷔한 오초아. 그는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초청비만 30만 달러(비공식 최고 몸값)를 받아냈고 세계 광고계에서도 몸값 폭등을 이루고 있지만 여전히 비행기를 탈 때면 퍼스트클래스가 아닌 이코노미클래스를 이용하는 수수한 ‘골프여제’다.
경주=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