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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국시리즈 우승을 ‘대권’에 비유하곤 한다. 시리즈 우승은 그만큼 영광된 일이며 막중한 책임 속에 이뤄진다는 함축적 의미가 담겨있다. 특히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 모두 생애 첫 한국시리즈 패권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레이스와도 닮았다.
김성근 감독은 2002년 LG 감독 시절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2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김경문 감독도 2005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4연패로 무너진 기억이 있다. 이참에 두 달쯤 남은 대통령 선거의 주요 후보 두명과 이번 한국시리즈의 두 수장을 간접 비교해본다.
물론 두 김 감독의 개인적인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한 분석임을 미리 밝혀둔다.
김성근 VS 이명박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널리 알려졌다시피 기업인 출신이다. 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정치권에 전면으로 나선 직후부터 ‘경제 대통령’을 주창하고 나섰다. 실물 경제에 밝기 때문에 대권을 잡는다면 서민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호를 강조해왔다. 일반 대중이 ‘경제’라는 단어에 민감하다는 걸 인식한 뒤에는 다른 후보들까지 ‘경제 문제라면 나도 일가견이 있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제전문가라는 프로모션 전략에는 반대 급부가 존재했다. 특정 분야에 강하지만 과연 두루 검증됐느냐를 놓고 공격 타깃이 된 것이다. 경제 분야에선 독보적인 식견을 갖고 있을지 모르지만 국제-국내 정치나 대북 관계 등에서 미숙할 것이라는 반대편의 흠집잡기가 뒤따랐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스페셜리스트’란 단어에는 전문가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한된 분야에만 능숙하다는 다소 부정적인 뜻도 일부분 있기 때문이다.
SK 김성근 감독이 어찌 보면 비슷하다. 김 감독은 과거 태평양과 쌍방울, 그리고 LG를 거치며 ‘4강 전문 사령탑’이란 칭호를 얻었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을 맡아 4위권에 진입시키는 면에서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곤 했다. 그래서 ‘스페셜리스트’로 불리곤 했다. 치밀한 데이터 분석과 선수 성향, 당일 컨디션에 따라 정규시즌에선 예상 밖 성적을 남기곤 했다. 그러나 결국은 한국시리즈 우승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그를 평가절하하는 의견도 있다. “시리즈 우승을 해야 진정한 명감독 반열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김 감독 역시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장점 발휘도 해왔지만 그 한계를 깨는 데에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번 한국시리즈가 창틀을 부수고 나갈 또 한 번의 찬스인 셈이다.
이명박 후보는 건설 현장에서 뛰는 회사원부터 시작한 인물이다.
재일교포 출신의 김 감독은 국내 야구계에 전혀 기반이 없었던 상황에서 오로지 야구에 대한 사랑과 분석력 하나로 현재 위치에 올랐다. 이들 둘은 ‘맨손의 성공 신화’란 점에서 상당히 닮아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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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경문 감독은 58년생이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53년생. 김 감독은 2007년 개막전 기준 8개 구단의 감독들을 일렬로 세웠을 때 기수상으로 일곱 번째였다. 상대적으로 상당히 젊은 감독인 셈이다. 정동영 후보 역시 정치계에선 굉장히 젊은 축에 속한다. 올 초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개막할 때 거의 모든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두산을 하위권으로 분류했다. 4번 타자 김동주를 제외하면 눈에 딱 띄는 타자가 없는 데다 지난 겨울 FA 시장에 나간 투수 박명환을 LG에 빼앗겼다는 사실이 두산을 바라보는 눈높이를 낮게 만든 것이다. 두산이 지난해 5위에 그쳤는데 그 상황에서 전력이 더 약화됐으니 최하위권 평가를 받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