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암 | ||
# 제2 직업은 선생님
“농구감독이 안 됐으면 체육선생님을 했을 거예요. 교사자격증이요? 대학원까지 마친 1급 정교사 자격증이 있어요.” 안준호 삼성 감독은 농구감독 아니었다면 무엇을 했을 것이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이렇게 답했다. 안 감독은 다시 태어나도 농구감독을 하겠냐는 질문에는 “무엇보다 농구를 사랑한다. 하지만 농구감독은 잘 모르겠다”라고 답해 프로팀 감독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님을 시사했다.
안준호 감독 외에도 최희암(전자랜드), 추일승(KTF), 유재학(모비스) 감독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꼽았다. 특히 유 감독은 부친이 교직 생활을 했고, 친형이 대학교수로 있는 등 교육자 집안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실업 현대에서 은퇴한 후 중동 건설현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최 감독은 실제 인생에서 선생님이 될 뻔도 했다. 중등교사가 될 생각으로 현대에 사표를 내고 중동에서 귀국했는데 마침 모교인 연세대 코치 자리가 비어 운명적으로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것이다. 농구대잔치 시절 연세대 돌풍을 이끈 이 스타감독은 지금도 지적인 외모와 논리적인 화술로 각종 강연에서 인기강사로 통한다. 분야는 다르지만 가르치는 것이 천직인 모양이다.
반면 ‘마당발’로 유명한 전창진 TG 감독은 사람관리가 뛰어나다는 평가에 걸맞게 감독 외의 직업으로 ‘사업’을 1순위로 꼽았다. “프런트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평범한 샐러리맨도 좋다. 하지만 성격상 사업을 하고 싶다.” 워낙에 사람을 잡아당기는 매력이 강한 까닭에 전 감독이 사업을 하면 큰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지인들이 많다.
5명의 감독 모두 ‘감독을 그만두고 싶은 경우’로는 “성적이 안 좋았을 때”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도 감독을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최희암 유재학 감독은 ‘YES’를, 전창진 추일승 감독은 ‘NO’를 택했다. 안준호 감독은 직답을 피했지만 사실상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 근성, 머리, 성실함
‘선호하는 선수와 싫어하는 선수’에 대한 감독들의 평가는 어떠할까. 전창진 감독은 “부족해도 근성 있게 열심히 하는 선수는 무조건 좋다. 하지만 조금 잘한다고 교만한 선수는 용서할 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끈끈한 수비농구로 두 차례나 우승트로피를 거머쥔 경력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원조 코트의 여우’로 불리는 최희암 감독은 ‘스피드가 뛰어나면서도 머리가 좋은 선수’를 좋아하는 반면 ‘체격만 크고 생각이 없는 농구를 하는 선수’를 낮게 평가했다. 이상민 김승현 김태술 등 가드들을 좋은 선수로 꼽았는데 모두 빠르고 영리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 안준호(왼쪽), 전창진. | ||
선호·비선호 선수와 관련해 흥미로운 대답을 한 이는 안준호 감독이다. 2007 FA시장에서 서장훈을 내주고 이상민을 영입했는데 “이상민과 같이 최선을 다해 뛰는 스타일이 좋다. 하지만 이름만 내세우면서 게으른 선수는 질색”이라고 말했다.
# 부익부 빈익빈?
‘얼마가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감독마다 대답이 상이했다. 최근 몇 년간 프로농구 감독으로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유재학 감독은 “집을 빼고 10억 정도는 있어야 한다”라고 답해 최근 넉넉한 형편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반면 선수생활이 화려하지 못했고 지도자도 늦게 시작한 추일승 감독은 “집 말고 50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해 가장 적은 액수를 택했다. 최희암은 감독은 “집이 있다면 현찰이 문제다. 감독에서 물러났을 때 뭐 연간 1억 원 정도면 가족들이 부족함 없이 살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전창진 감독은 현찰 5억 원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고, 기독교 신앙이 독실한 안준호 감독은 아예 “돈은 중요하지 않다. 돈은 있어도 한없이 모자라기도 하고, 또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을 수도 있다. 오히려 주변에 사람이 많은 것이 가장 큰 재산”이라고 다소 철학적인 답변을 했다.
# 스트레스 해소법 다양
스트레스 해소법도 상이했다. 낚시광으로 유명한 유재학 감독은 낚시에 이어 사우나를 2순위로 꼽았고, 안준호 감독은 “<긍정의 힘>과 같은 긍정적인 책을 읽는다”는 아주 특별한 스트레스 탈출법을 제시했다. 전창진 감독은 영화감상을 꼽으면서 극장이 아닌 주로 ‘비디오방’을 애용한다고 말했다. 최희암 감독은 사우나와 함께 머리를 쓰는 ‘마작’과 바둑이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며 예찬론을 폈다. 추일승 감독은 직접 차를 모는 ‘드라이빙’을 좋아하는데 한 달에 서너 차례는 KTF의 연고 도시인 부산에서 서울까지 직접 운전을 해 이동한다고 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