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 바레인전을 마치고 나온 김진규는 9개월여간 ‘완장’을 차고 경기장을 누빈 시간들을 떠올리며 주장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최근 “정신력이 나약한 선수들은 대표팀에 남아 있을 수 없다”고 말해 만만치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킨 탓인지 말 하는 게 조심스럽기만 하다는 김진규는 6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하고도 축하를 받지 못하는 올림픽대표팀에 대해 ‘그래도’ 비난보다는 격려로 응원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다음은 김진규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전을 치른 9개월여간의 올림픽대표팀 생활을 되돌아 본다면.
▲중간에 감독님도 바뀌고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았다. 1차 예선전은 3승을 챙기며 쉽게 이겼지만 2차 예선전부턴 무득점으로 비난과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다. 운동장 나가서 열심히 안 하는 선수는 없다. 단 국민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플레이로 실망을 안겨드린 게 죄송할 따름이다.
―칭찬보다는 비난이 많은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물론 잘 알고 있다. 어느 경기보다도 지난 17일 우즈베키스탄전은 올림픽대표팀 경기 중 최악의 경기였다. 그러나 선수들도 올림픽 본선 진출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에서 맘고생이 적지 않았다. 과정이 어떠했든 조 1위로 본선에 진출했으면서도 그에 대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대표팀 선수들의 정신력에 대해 쓴소리를 한 것 때문에 파장이 컸다.
▲바레인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정신력을 재정비하기 위해 주장으로서 한 마디 했을 뿐이다. 좀 더 집중하자는 뜻으로 한 말이 중요 경기를 앞두고 내분설로 확대돼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3일 동안 바레인전을 준비하며 어느 때보다 선수단 분위기가 좋았다.
―감독, 코칭스태프 또는 선배들이 젊은 선수들의 정신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한 본인 생각은.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젊은 선수들도 각자의 생각이 있고 누구보다 책임감있게 운동을 하고 있다. 감독님이나 선배들이 운동했던 시절이랑 지금 우리가 뛰고 있는 환경과는 큰 차이가 있다. 때로는 그 차이를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변하지 않는 점이라면 축구에 대한 애정이다. 돈 좀 번다고 쉽게 쉽게 공 차는 선수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주장 ‘완장’을 찬 소감을 정리한다면.
▲너무 힘들었다. 어린 나이에 주장을 맡다보니까 시행착오도 있었다.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 홍명보 코치님이 존경스러울 정도다. 그 분은 나보다 훨씬 오랫동안 성인대표팀 주장을 맡아 주장 역할을 잘 소화해내지 않으셨나. 정말 대단하다. 본선에서 또 주장을 하라고 한다면 생각해 볼 문제다.
―본선에서 사용될 와일드카드에 대해 말들이 많다. 수비수 입장에선 어떤 포지션의 선수가 합류했으면 좋겠나.
▲공격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으니까 공격수 쪽이 좀 더 보강됐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골이 터져야 보는 사람도, 뛰는 사람도 신이 나지 않겠나.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