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는 올시즌 프로농구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신인들의 돌풍이 거세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과 팬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신인은 서울SK나이츠의 김태술(23·180cm). 그래서 김태술의 인터뷰 기사에는 항상 ‘올시즌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라는 타이틀이 뒤따른다. 지난 21일 서울SK나이츠의 양지훈련장에서 뛰어난 실력과 빼어난 외모로 여성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김태술과 정지원 아나운서와의 재미난 ‘토킹 어바웃’이 시작됐다.
요즘 제일 잘 나가는 루키 김태술이 자꾸 고개를 숙인다고 한다. 인기 짱, 실력 짱인 그가 왜 그런 걸까.
정지원(정): 왜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거예요?
김태술(김): 하하. 이상하게 와전된 모양이에요. 제가 부산 출신인데 외삼촌들이 저에 대해 관심이 지대하시거든요. 요즘 좀 잘나가는 것 같으니까 전화통화할 때마다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비(벼)는 익을수록 대가리(고개)를 숙여야 한대이!”라고요.
그렇다. 그는 실력이나 인기에 비해 상당히 겸손해 보였다. 하지만 무작정 착하거나 약해보이지도 않았다.
정: 안양 KT&G 양희종과는 연세대 동기이자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인데 최근 신인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먹해졌다는 소문이 들려요.
김: 요즘 서로 바빠서 연락하지 못하고 지내는 것은 사실이에요.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희종이가 “태술이한테 꼭 이기고 싶다”는 발언을 했다는데 잘 이해가 안가요. 왜 목표를 저한테 맞췄을까요? 저는 이제 프로무대에 갓 입문한 신인이잖아요. 저보단 비슷한 포지션의 선배를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요.
정: 자신을 제외한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는 누구라고 생각해요?
김: 물론 KT&G 양희종 선수와 모비스 함지훈 선수요.(웃음^^)
세 선수는 현재 신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눈부신 활약을 보이고 있다. 포인트가드인 김태술은 화려한 패스와 득점으로, 포워드인 양희종은 외곽슛과 온몸을 내던지는 수비로, 센터인 함지훈은 침착한 포스트 플레이와 현란한 스텝으로 후한 평가들을 얻고 있다.
김: (이)상민이 형, (김)승현이 형 하고도 경기를 해봤지만 연세대 시절 LG와 연습경기에서 현역 말년이었던 강동희 선수는 정말 귀신 같더군요. 옆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없어지더라구요. 특히 힘 안들이고 하는 여유 있는 플레이가 매우 인상적이었죠.
그렇다. 허허실실 김태술의 리딩 스타일은 현역 시절 강동희를 쏙 빼닮았다. 어시스트와 득점 능력을 모두 갖췄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지만 부드럽고 유연한 플레이가 무척이나 흡사하다. 스피드보다는 타이밍으로 승부했던 강동희는 김태술의 롤모델이었다.
인터뷰를 정리하다 불현듯 생각이 떠올라 강동희 코치와 통화했다. 몇 년 전의 연대생 김태술을 기억하냐고 물었더니 강 코치는 당시 몸 푸는데 사진 한번 같이 찍어 달라고 부탁한 선수가 있었는데 바로 그가 김태술이었다고 기억했다. 김태술이 강 코치를 존경한다고 전하자, 강 코치는 세 사람이 한번 만나자는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잠시 대화가 끊겼는데 다시 인터뷰로 되돌아가자.
정: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선수가 양동근 선수 아닌가요?
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동근이 형은 파워로 상대를 부수는 스타일이죠. 상민이 형이나 승현이 형은 어느 쪽에다 공을 주면 득점이 가능하다는 식의 접근을 하는 데 비해서 동근이 형은 자신이 직접 상대를 무너뜨리겠다는 의지가 강한 편이죠. 군대 간 동근이 형이 돌아오면 정말 상대하기 벅찰 것 같아요.
정: 화제를 지난 여름으로 돌려볼까요? 팬들과 함께 한 여름캠프에서 여장을 하고 채연의 노래에 맞춰 춤까지 춰 화제가 됐잖아요.
김: 정말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과거예요(모두 폭소). 구단 측에서 하도 하라고 해서 두 번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갔는데 창피해 죽는 줄 알았어요.
정: 연예인 같은 외모와는 달리 끼는 별로 없나 봐요?
김: 발라드로 노래시키면 잘 할 수 있어요(웃음). 특히 환희의 ‘가슴 아파도’가 제일 자신 있어요.
얼마 전 피겨요정 김연아 선수가 김태술을 가장 좋아하는 농구 선수라고 밝혀 ‘김태술’이 인터넷 검색순위 1위에 올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정: ‘피겨요정’ 김연아 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 전 사실 피켜스케이팅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얼마전 TV를 보면서 김연아 선수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참 예뻐 보였어요^^.
정: 혹시 이상형인가요?
김: (정색을 하며) 아직은 어린 학생이잖아요?
김태술은 세련된 외모와는 달리 조용한 선술집에서 친구들과 소줏잔을 기울이며 얘기 나누는 것이 자신의 노는 모습의 전부라고 말했다. 신인인데 전혀 신인같지 않은 김태술…. 그의 모순된 이미지에서 특유의 매력이 발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