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적금도와 고흥 영남면을 잇는 연륙교 가설공사 현장 전경.사진제공=여수시
문제의 다리는 여수-고흥 사이의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11개 다리 중 하나로 2004년 착공했으며 2587억 원을 들여 총 길이 2979m(현수교 1340m) 폭 16.2m로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당초 준공시기를 당겨 오는 추석무렵(9월) 개통할 예정이다.
주탑과 주탑사이 경간(徑間)이 850m로 국내 현수교 중 이순신 대교(1545m)와 울산대교에 이어 세 번째로 길다. 다리가 지닌 상징성이 큰 만큼 그동안 다리 명칭을 여수시는 섬 이름을 따 적금대교, 고흥군은 다리 인근 산 이름을 빌려 ‘팔영대교’ 사용을 주장해 왔다.
이 같이 양 자치단체가 대립하는 가운데 전남도는 지난달 29일 지명위원회를 열어 이 다리 명칭을 ‘팔영대교’로 결정했다. 도 지명위원회는 고흥 팔영산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지역 명산으로서 상징성이 높다는 점과 ‘팔영대교’로 명명하면 국민들이 쉽게 교량의 위치를 추측해 알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금도를 관할로 하는 여수시는 “섬과 육지를 잇는 교량 명칭을 육지의 산(팔영산) 이름으로 정한 것은 관행을 무시한 큰 잘못”이라며 맞서고 있다. 전남도 지명위원회의 명칭 결정이 그동안 섬의 이름으로 대교의 명칭을 결정해왔던 통상적인 관례와 타 지역 사례 등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다리의 시·종점부와 접해있지 않은 산이나 지명으로 명칭이 결정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면서 “섬 이름으로 다리의 명칭을 정해왔던 기본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표준화 편람의 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교량명칭을 최종 고시하는 국토교통부도 ‘적금대교’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여수시는 남해대교(하동-남해), 거제대교(통영-거제), 진도대교(해남-진도), 완도대교(해남-완도), 고금대교(장흥-완도), 소록대교(도양-소록도) 등 섬 이름을 딴 교량들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 지명위원회는 여수~고흥간 연륙·연도교 사업과 관련해 11개 다리 중 9개가 여수의 섬 지명을 따서 작명된 만큼 한 곳은 고흥군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당 다리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팔영산지구에 위치한 만큼 ‘팔영’이란 지명이 산 이름으로만 볼 수는 없으며 지명과 관련해서는 전문가 자문을 거친 결정인 만큼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남도 관계자도 “여수시가 말한대로 산 이름으로 다리 명칭을 정하는 게 잘못됐다면 화양대교 역시 다리 이름을 바꿔야 한다”면서 “이는 여수시 스스로 기본원칙을 어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41㎞ 길이의 11개 여수·고흥 연도교 구간엔 섬이 9개여서 다리에 모든 섬 이름을 붙이고도 2개나 남게 된다”면서 “지명 위원들이 이런 점을 감안해 고흥 쪽 지명 하나를 배려한 것으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상식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처분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수시는 지난 1일 전남도 지명위원회가 내린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국토지리원에 이의를 신청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