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 조구호 박사와 저서 <분단소설연구> 표지.
[경남=일요신문] 하용성 기자 = 국립 경상대학교(GNUㆍ총장 직무대리 정병훈)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출강하고 있는 조구호 박사가 남북 분단의 벽을 허물기 위한 문학적 노력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한 <분단소설연구>(역락, 403쪽, 2만 8000원)를 펴냈다.
책은 1부 ‘분단소설과 지역성’, 2부 ‘분단소설 작가 작품론’으로 나눠져 있다.
1부에서는 김원일·이병주·조정래·박완서의 분단소설을 다루고 있고, 2부에서는 황석영·윤흥길·문순태·이청준의 분단소설에 대한 연구를 수록해 놓고 있다.
조구호 박사는 책 머리말에서 “그동안 분단소설에 대한 연구는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신분과 사상으로 인한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됐던 지역적 특징(locality)은 간과한 채, 주로 좌우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야기된 분단의 상처와 그 극복의 문제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상(班常)의 유습으로 인한 신분적 차별과 친일 지주들의 횡포가 심했던 지역적 특징으로 인해 야기된 이념의 갈등에 대해서는 문학적 조명이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양반과 상민의 신분 질서가 무너지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모든 국민이 동등한 인권과 자유를 보장받게 됐지만, 반상이 구분이 심했던 지역에서는 상당 기간 동안 신분 차별이 지속돼 갈등이 빈번하게 야기됐다.
뿐만 아니라 일제 식민지 지배정책에 동조하고 협조해 부를 축적한 인사들이 해방 이후에도 득세하며 민족 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조구호 박사는 “이러한 갈등은 남북의 이념 갈등과 뒤섞여 복잡하게 전개됐다”면서 “따라서 지역적 특징으로 인한 이념 갈등과 그 상처를 극복하는 문제는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인 것”이라고 말했다.
조구호 박사는 경남 진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김원일의 작품, 경남 진주와 지리산을 배경으로 하는 이병주의 작품, 전남 벌교를 중심으로 한 지리산 일대가 배경인 조정래의 작품, 서울을 배경으로 한 박완서의 작품에서 그 지역적 특징이 분단소설에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자세하게 살피고 있다.
조구호 박사는 또한 2부에서 황석영, 윤흥길, 문순태, 이청준의 역사인식과 작품의 특징을 살펴보고 있다.
조 박사는 “이들은 작품 활동 초기부터 남북 분단이 사회 전반의 민주화는 물론 개인의 자유까지 억압하고 통제한 폭력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남북 분단으로 야기되는 각종 부조리와 질곡을 타파하고자 문학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설명했다.
조구호 박사는 “(이들 작가는) 분단 극복을 위한 노력으로 민족 고유의 정서 회복과 혈연적 동질성을 강조하기도 했고, 가해자들의 고백과 참회를 전제로 분단의 상처와 고통을 껴안고 함께 공유하는 주체적 자세를 제시하기도 했다”며 “한반도의 분단은 민족 내부 문제만이 아닌 세계사적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남북한의 문제라는 인식을 뛰어넘는 세계사적 시각을 역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분단소설연구>는 2011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저술지원사업’에 채택돼 3년간 연구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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