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철도 3호선 밑 중앙분리대에 심어 놓은 조경수가 최근 레일에 근접할 만큼 훌쩍 자라있다. 2016. 5. 7 cuesign@ilyodg.co.kr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대구도시철도 3호선 밑 중앙분리대에는 도시경관을 위해 심어놓은 조경수(造景樹)가 최근 초여름 날씨로 잎을 활짝 피웠고 키도 제법 자랐다.
그간 무심코 지나쳤지만, 우연히 눈에 들어온 이팝나무와 가시나무는 레일 2/3 지점까지 다다를 만큼 훌쩍 자랐다.
도시경관을 위해 대구도시철도본부가 3호선 밑 중앙분리대에 심어놓은 조경수는 약 18여종이다. 키작은 것도 있지만 20m 이상 자라는 나무도 많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3호선 레일 평균 높이는 10~11m 정도다. 더 자라면... 어떻게 될까?
본부는 “조경수는 흉물스런 교각을 가리고, 친환경적 도시경관 조성을 위해 조경 전문가와 교수 등 자문과 시민 설문조사 등을 통해 심은 것이다” 또, “위험요소는 먼 미래의 얘기라 지금은 문제가 될게 없다”고 밝혔다.
본부 건설과에 따르면 조경수는 지난 2009년 6월 말 3호선 공사 시작과 동시 심기 시작해 2014년 12월 말 준공과 함께 완료했다.
그간 날씨 영향으로 고사(枯死)한 나무도 있었지만, 6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자란 나무 중 일부는 레일을 침범할 수준까지 자랐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 대봉교역과 수성시장역 사이 중앙분리대 이팝나무와 가시나무는 레일 밑 1m 정도까지 근접해 자라 있다. 2016. 5. 7 cuesign@ilyodg.co.kr
일반 도로 가로수와 중앙분리대 조경수와는 달리 3호선 레일 밑 조경수는 키 자람에 따라 당초 도시경관 취지와 달리 장래 철도 이용객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본부 안전관리실 관계자도 해당 조경수가 키 자람에 따라 장래 철도 운행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데 일부 동의 했다.
하지만 관계자는 “본부 안전관리는 공사 중 인명 사고나 차량, 레일, 교각 등 철도와 직접 연관성이 있는 부분 외 도시경관 차원에서 식재한 조경수는 해당 사항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공사가 이미 끝나 이제 유지·보수는 3호선이 지나는 각 구청이 맡고, 철도 운행에 따른 위험요소 모니터링은 도시철도공사 몫이다”고 덧붙였다.
올 연말까지 고사목(枯死木) 처리 등 하자 보수 기간이 끝나면 공사를 맡은 본부 역할은 끝난다. 자란 조경수 유지·보수는 이제 3호선이 통과하는 각 구청 몫이다. 본부는 지난해 4월 24일 조경수 유지·보수에 대한 사항을 각 구청으로 완전 이관했다고 밝혔다.
3호선 통과 구청 중 하나인 수성구청을 찾았다.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이관 내용에는 조경수 가지를 레일 전기선 기준 1m 이내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키 낮추기 작업을 하라고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앞서 본부가 일부 인정한 대로 조경수가 장래 철도 운행에 위험요소가 된다는 점을 확인해 주는 대목이다.
이어 “수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관 내 조경수의 경우 1년에 50cm 정도 자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올해까지는 작업을 안해도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안전을 위해 우리 구청은 1m 이상 까지도 키 낮추기를 고려하고 있어 지나친 염려다”고 덧붙였다.
과연 그럴까?
수종에 따라 다소 시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일 우려하는 부분은 조경수 가지나 잎이 직·간접적으로 레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다.
본부측은 “지난 1996년 앞산 순환도로에 심어 놓은 가로수의 경우 3호선 수종과 같은 이팝나무지만 20년이 다 돼도 아직 키가 적다”며, “3호선 중앙분리대 조경수도 향후 20~30년 정도는 끄떡 없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좀 더 신중한 입장으로 “향후 10년 이내는 키낮추기 작업에 한계가 와 수종을 바꿔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밝힌대로 건들바위에서 수성시장역 사이 이팝나무와 가시나무의 경우는 레일 높이의 2/3지점까지 근접해 구청이 말한 레일 높이 1m 이내 접근 금지 내용대로라면 키낮추기 작업을 해야 하는 시점에 이미 와 있다.
수성구청 관할 구역인 3호선 중앙분리대 밑 이팝나무가 레일 밑 1m에 근접해 있는 모습이다. 2016. 5. 7 cuesign@ilyodg.co.kr
이렇게 볼때, 3호선 공사 시작과 함께 심은 나무(6년 이상)는 수종에 따라 앞으로 점차 관리 대상에 들어오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여유가 있겠지만, 일년에 평균 50cm 정도 자란다는 가정하에 시간이 갈 수록 순차적으로 관리 대상에 들어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임계점(臨界點)이다.
각 구청이 지금은 여유있게 지켜보는 입장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관리 대상 수가 많아져 임계점이 온다는 것이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우리 구청의 경우 관 내 2만여 그루의 가로수를 문제없이 정비하고 있기 때문에 구청 관할 내 추가 조경수 300그루 정도는 큰 문제가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각 구청마다 약 300 그루 조경수의 키높이가 임계점에 왔다고 가정할 때, 각 구청이 과연 한 그루의 나무도 제 때 지체없이 관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가지치기가 안된 가로수와 옆을 지나가는 3호선 열차. 2016. 5. 7 cuesign@ilyodg.co.kr
최근 가로수 정비가 한창이지만 구청이 아직 정비하지 못한 가로수의 경우 3호선 레일 높이를 훌쩍 넘은 것은 물론, 뻗어나온 가지가 레일에 근접한 것도 종종 눈에 띤다. 관리가 제때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로수의 경우 직접적인 영향은 적겠지만, 3호선이 위로 지나는 중앙분리대 조경수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수 많은 조경수가 관리 임계점이 와 한 그루, 한 잎이라도 레일에 영향을 미친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염려가 기우(杞憂)일 수 만은 없다.
수성구청은 지난해 말까지 어린이회관역에서 수성못역까지 3호선 중앙분리대 느티나무에 대해 일괄 전지(剪枝: 가지치기)작업을 통해 키높이를 모두 낮췄다. 3호선 운행에 영향을 준다는 판단에서다.
구청에 따르면, 이 구간 느티나무는 이미 기존 중앙분리대에 50~60년 전에 심어 놓은 것으로 위로 3호선이 지나가면서 일괄 정비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향후 조경수가 자람에 따라 각 구청이 맡아야 할 유지·보수 역할과 책임을 미리 보여주는 사례다.
앞서 수성구청이 대구도시철도본부가 요청한 레일 밑 1m 이내 접근 금지 보다 엄격하게 키 낮추기 작업을 해야 한다는 이유는 강풍으로 인해 가지나 잎이 레일에 미치는 경우 등 여러가지 돌발상황을 고려해서다.
1m 정도면, 나뭇가지나 낙엽 등이 강풍으로 인해 달리는 3호선 모노레일에 끼이는 경우 등 돌발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3호선이 지나는 5개 구청이 약 300그루의 조경수를 관리한다고 가정할 때, 약 1500 그루의 조경수가 관리 대상에 들어오게 된다. 이같이 엄격한 기준으로 철저히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기우일지 모르지만 의문이다.
관리도 쉽지 않다.
기존 가로수의 경우, 한 차선 정도를 막으면 가지치기가 가능하지만 3호선 밑 중앙분리대 조경수는 양쪽 차선을 번갈아 가며 막고 가지치기를 해야한다.
또 기존 가로수나 일반 중앙분리대 조경수와 같이 가지치기를 제 때 하지 않으면 버스 등 높이가 있는 차종은 운행에 지장을 초래 함은 물론 자칫 사고로도 이어 질 수 있다.
일반 중앙분리대에 심은 조경수 옆으로 SUV 차량이 지나간다. 처진 가지를 정리하지 않을 경우 버스 등 높이가 있는 차량은 운행에 위험할 수 있다. 2015. 5. 7 cuesign@ilyodg.co.kr
키높이 위주로 조절해야 하는 3호선 중앙분리대 조경수의 경우, 타 가로수나 조경수보다 가지가 옆으로 퍼지는 현상이 더 심해져 처진 가지를 정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1500여 그루의 조경수가 모두 관리 대상에 들어오는 시점이라면 도시경관을 위해 심은 조경수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될 시점이 올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20~30년 정도 시민들이 조경수로 인해 힐링하고,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뽑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20~30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는 알 수지만, 그동안 각 구청이 조경수 관리를 위해 쓴 인력과 예산도 문제지만 나무가 한창 멋스러울 때 안전을 위해 뽑아야 하는 것도 허탈한 일이다. 새 나무를 심는데도 예산이 쓰일 것이지만, 이미 굵어진 나무를 뽑는 일도 예산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3호선 중앙분리대에 조경수를 심은 것일까?
먼저 도시경관 차원에서 3호선 공사 시작 전 조경 전문가와 교수, 시민 설문조사 등을 통해 채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콘크리트 교각의 흉물스러움을 가리기 위해서는 키가 자라는 나무를 심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 최길영 시의원은 시정질문을 통해 3호선 교각에 대한 상업광고와 공익광고가 허용되도록 20대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과 함께 대구시가 교각 종합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조경수를 심어 교각을 가린다는 발상이라면, 교각을 다양한 방법으로 디자인 하고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 조차도 원천적으로 막는 셈이 된다.
본부가 교각을 가리기 위해 심어 놓은 담쟁이류 식물도 교각을 가리기 위한 아이디어지만 장래 위험을 간과한 발상이다.
피복식물인 캐롤라이나 자스민이 교각을 덮으며 자라고 있다. 2015. 5. 7 cuesign@ilyodg.co.kr
해당 구청은 “담쟁이류 식물은 레일까지 뻗어 갈 경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어 철거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시의원에 따르면, 3호선 교각은 약 820개 정도로 이 중 207개 정도 교각에 담쟁이가 자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부측은 여전히 “향후 20~30년 정도는 끄떡 없으며,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얼마까지 운행하길 희망하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100년 이상”이라고 밝혔다.
눈앞에 당장 보이는 위험이 아니면 먼 장래의 일로 치부하거나 쉽게 지나치는 ‘안전 불감증’은 항상 대형 참사로 이어졌고, 항상 ‘인재(人災)’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도시경관 차원에서 3호선 중앙분리대에 심은 조경수가 장래 철도 이용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인재“로 자라게 될지, 시민들이 힐링할 수 있는 아름다운 나무로 자라게 될지... 당신의 생각은 어떠싶니까?
3호선 레일 높이의 가로수 옆으로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열차 아래 중앙분리대에는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나무가 조금씩 자라고 있다. 2016. 5. 7 cuesign@ilyo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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